[더팩트ㅣ장혜승 기자] SK텔레콤의 대규모 유심(USIM) 해킹 사태 발발 1년 만에 통신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동안 주가 변동성이 적어 배당·방어주로 인식됐던 통신주들이 부침을 딛고 인공지능(AI)주로 재평가받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6분 기준 SK텔레콤은 전 거래일(9만6500원) 대비 4.46% 오른 10만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이었던 1월 2일 종가 5만330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89.11% 상승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통신주는 악재에 크게 휘청거렸다. 지난해 4월 22일 SK텔레콤은 유심 해킹으로 가입자 2300만명의 유심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보안 리스크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가는 지난해 5월 22일 5만4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유영상 당시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5월 해킹 사태 이후 열린 청문회에서 "가입자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할 경우 한 달 최대 500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하고, 위약금뿐만 아니라 3년 치 매출을 고려하면 7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연간 연결기준 1조732억원으로 2024년 대비 4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7조992억원으로 4.7%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3751억원으로 2024년 대비 73% 급감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4월 19일부터 위약금 면제 기간이 종료된 7월 14일까지 약 3개월간 105만명의 가입자가 SKT를 떠났다. 해킹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가입자 유심 교체, 대규모 마케팅 비용 등이 실적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을 이유로 3·4분기 배당도 중단했다.
여진은 통신업종 전반으로 확산됐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와 LU유플러스도 보안 이슈가 불거지며 악재가 쌓였고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통신주가 AI로 체질 전환을 시작하면서 주가 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에만 80% 넘게 오른 SK텔레콤을 중심으로 KT(25%), LG유플러스(49.7%)도 상승세에 올라타면서 업종 전반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기업가치에 'AI 자산'이라는 새 항목이 더해지면서 체질 개선이 부각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3년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약 1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0.3%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앤트로픽 기업가치가 최근 급등하면서 증권사들은 앤트로픽 지분 가치를 기업가치 평가에 별도 항목으로 반영해 목표 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KT 역시 박윤영 신임 대표가 취임하며 회사를 'AX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했다. LG유플러스 또한 AI 에이전트 '익시오'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1만8000원으로 상향한다"며 "앤트로픽 지분가치가 기존 2조1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앤트로픽의 글로벌 투자 수요와 실적 성장을 감안할 경우 지속적인 지분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를 두고도 "유무선 가입자 증가에 따른 본업의 안정적 성장과 AIDC 중심의 기업인프라의 고성장이 외형성장을 견인해 인건비 등 비용효율화를 통한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T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은 엔트로픽 기업가치 추가 상승 혹은 업종 리레이팅(주가 재평가)에 대한 베팅이라고 해석된다"며 "KT는 신임 CEO 체제가 안정화되는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며, LG유플러스는 (보안 관련) 유심 교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주가는 연내 14만원 돌파가 기대된다"며 "최근 주가 상승은 5G SA(단독모드) 상용화에 따른 요금제 변경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통신사 주가는 이익 증가 기대감이 커질 당시가 아닌 신규 요금제 출시에 따른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 상승 기대감이 생겨날 시점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