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클래스 첫 전기차' 선보인 벤츠, 서울서 최초 공개한 까닭 [TF 현장]


브랜드 역사상 처음 한국서 신차 공개…"벤츠 판매량 글로벌 5위, 한국 중요"
삼성SDI·LG엔솔과 배터리 등 파트너십도 재확인

메르세데스-벤츠가 20일 서울에서 디 올-뉴 일렉트릭 C-클래스를 공개했다. /문은혜 기자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브랜드 14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월드 프리미어 무대로 낙점했다. 20일 서울에서 공개된 '디 올-뉴 일렉트릭 C-클래스'는 글로벌 최다 판매 모델인 C-클래스의 첫 전동화 버전이다.

벤츠는 이날 신차 발표와 동시에 삼성SDI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 LG에너지솔루션과의 파트너십 재확인에도 나서며 한국이 벤츠 전동화 전략의 핵심 거점임을 강조했다.

C-클래스는 1982년 처음 출시된 이후 수십 년간 벤츠 라인업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다. 그 첫 순수 전기차 버전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을 갖는다.

특히 벤츠가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신차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CEO, 요르그 부르저 최고기술책임자(CTO), 마티아스 가이젠 세일즈·고객경험 총괄 등 주요 경영진도 서울로 집결해 한국 시장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칼레니우스 CEO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은 향후 몇 년간 전기차 판매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시장 중 하나"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그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20일 서울에서 공개한 디 올-뉴 일렉트릭 C-클래스의 내부. /문은혜 기자

◆베일 벗은 C-클래스 첫 전기차…762km 주행거리에 10분 충전으로 325km

신차의 핵심 경쟁력은 주행거리다.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 최대 762km를 달릴 수 있으며, 800볼트 충전 아키텍처와 94kWh 사용 가능 용량의 신형 배터리를 결합해 단 10분 충전으로 325km 주행이 가능하다. 양방향 충전도 지원해 차량 자체를 이동식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할 수도 있다.

주행 성능 면에서는 '역대 가장 스포티한 C-클래스'를 표방한다. 옵션 사양인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과 4.5도 후륜 조향 시스템을 통해 회전 반경을 5.6미터까지 줄였다. 이를 통해 도심 민첩성을 높이면서도 장거리에서는 S-클래스에 버금가는 승차감을 구현했다. 공기역학 설계와 최대 300kW의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효율도 끌어올렸다.

가이젠 세일즈 총괄은 이번 C-클래스 전기차의 타깃 고객층에 대해 "실내 공간이 더 넓어지고 뒷좌석 활용성이 개선된 만큼 일상적인 프리미엄 세단을 원하는 고객과 전동화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려는 고객 모두를 위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은 쿠페를 연상시키는 패스트백 실루엣에 1050개의 발광 도트로 구성된 그릴, GT 스타일의 후면부를 조합했다. 실내는 기존 C-클래스 대비 97mm 늘어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앞좌석 다리 공간을 12mm 확장했고, 101리터 용량의 프렁크도 기본 제공된다.

옵션인 39.1인치 심리스 MBUX 하이퍼스크린은 1000개 이상의 개별 LED와 매트릭스 백라이트 기술로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각각 다른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파노라마 루프 안쪽에는 162개의 별이 앰비언트 라이트 색상으로 빛나는 스카이 컨트롤 기능도 탑재됐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벤츠 자체 운영체제도 전면 도입했다. 인포테인먼트, 주행, 충전, 자율주행 보조까지 차량 전 영역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또한 무선 OTA 업데이트로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도 기능을 추가하거나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MBUX 가상 어시스턴트는 맥락을 기억해 복잡한 대화를 소화한다. AR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서라운드 내비게이션은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직관적인 안내를 제공한다.

전동화·소프트웨어 전환기에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칼레니우스 CEO는 "벤츠는 오히려 최신 컴퓨팅 기술과 AI, 소프트웨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100년 넘게 쌓아온 안전성, 품질, 주행 감각이라는 강점과 최신 기술이 결합되면 단순한 합이 아니라 훨씬 큰 시너지가 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알파마요' 기술이 내년부터 한국 시장에도 적용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벤츠 경영진이 20일 C-클래스의 첫 전동화 모델 공개를 기념해 서울을 찾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마티아스 바이틀(Mathias Vaitl)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CEO, 요르그 부르저(Jörg Burzer)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및 최고기술책임자(CTO), 개발&구매 총괄, 마티아스 가이젠(Mathias Geisen)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겸 세일즈 & 고객 경험 총괄. /문은혜 기자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공급…파트너십 강화

이날 신차 공개만큼이나 주목받은 것은 벤츠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협력이다.

칼레니우스 CEO와 부르저 CTO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에서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와 만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탑재될 하이니켈 배터리의 다년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 확보에 유리한 만큼 고급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첫 접촉 이후 공급 조건과 기술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왔다. 이번 계약으로 벤츠는 고성능 배터리 조달의 안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부르저 CTO는 하이니켈 뿐 아니라 향후 전고체 배터리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기술"이라며 "다양한 파트너들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상용화 시점에 맞춰 적극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츠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 관계도 재확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에 배터리 뿐만 아니라 중형 모델에 턉재되는 초대형 스크린 등을 공급하고 있다.

부르저 CTO는 "배터리 공급은 특정 기업에 의존하기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국 뿐 아니라 유럽, 중국 등 다양한 지역 파트너들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츠의 전동화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칼레니우스 CEO는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대규모 신모델 투입이 예정돼 있으며, 2030년까지 모든 세그먼트에서 의미 있는 모델에 전동화 라인업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향후 10년 간 150개 이상의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옵션을 병행 제공할 계획"이라며 "시장별 상황에 맞춘 유연한 전략이 핵심"이라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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