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증권가에서 타 증권사의 기업 가치를 분석하고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품앗이 리포트'가 이달 들어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거래대금 증가와 실적 개선 기대감, 각 사별 호재 등이 맞물려 증권업종 전반에 대한 눈높이가 상향되는 추세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4월에 발간된 증권사 대상 리포트는 총 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발간된 증권사 대상 리포트가 24건임을 고려하면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전월 기록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목표주가 상향 빈도도 늘었다. 4월에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 중 57%인 21건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3월 상향 건수 7건(29%)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비중이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9건의 증권사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가장 활발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 8건,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6건씩 리포트를 발간해 뒤를 이으며 업종 분석에 열을 올렸다.
증권사들의 4월 리포트 발간 행렬은 실제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국내 증권업종들을 모아놓은 한국거래소의 'KRX 증권' 지수는 4월 들어 16.75% 상승하면서 금융 섹터 전반의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가량 급등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지수의 상승 랠리에 편승하는 흐름도 엿보인다.
개별 종목들도 52주 신고가 수준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4월 들어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가 26.91% 오르며 가장 높은 수준의 탄력을 보였고, NH투자증권(19.25%)과 삼성증권(19.04%)도 지수 평균에 육박한 성과를 냈다. 미래에셋증권(12.28%), 키움증권(9.13%) 등 주요 증권주들도 이달 들어 높은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동종 업계 분석에 열을 올리는 배경으로는 본업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의 가파른 회복세가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83조798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5.2% 급등했다. 코스피가 지난 2월 말 역대 최고점인 6300선을 돌파한 후 3월 들어 주춤할 때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저가매수세에 나서면서 수수료 수익 증대로 이어진 결과다.
독자적인 성장 동력이 구체화한 점도 리포트 발간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인(CEO)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투자 모멘텀이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한 스페이스X가 뉴욕증시 상장을 예고하면서 보유 지분 가치 재평가가 리포트 상향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미래에셋증권의 호실적은 대규모 투자목적자산 평가이익이 주된 배경으로, 스페이스X와 관련해 1조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37.3% 늘어난 4562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4호까지 출시한 종합투자계좌(IMA) 상품의 호조와 채권 운용수익 등 기업금융(IB) 부문의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으며, 삼성증권 역시 자산관리(WM)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액 자산가 유입이 가속화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입증하고 있다.
이 외에도 NH투자증권은 주주환원, 키움증권은 리테일 점유율, 한국투자증권은 채권 운용수익 등 기업금융(IB) 부문의 탄탄한 실적이 따라오면서 각 사의 강점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삼성증권 역시 자산관리(WM) 부문 강점을 바탕으로 고액 자산가 유입이 가속화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입증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6200선에 재진입한 4월 들어 증권사들이 단순한 중개 업무를 넘어 글로벌 투자 역량과 주주친화 경영을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며 "거래대금 증가 등에 따른 수급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가 맞물리면서 증권업종 전반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