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이한림 기자] 국내 증시가 외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코스피 6000선을 돌파하는 등 반등했으나 콘텐츠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시장에서는 콘텐츠주가 단순히 소외를 넘어 구조적 저평가 늪에 빠졌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콘텐츠 종목으로 구성된 KRX K-콘텐츠 지수는 지난 한 달간 7.38%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6.89% 오른 것을 고려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업종별 개별 종목들의 약세도 뚜렷하다. 하이브와 JYP엔터테인먼트,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은 한 달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으며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콘텐츠 제작사도 나란히 지난 7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해 부진을 거듭했다. 또 네이버(-5.38%)와 카카오(-7.11%) 등 대표 플랫폼 업체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콘텐츠주들의 동반 부진 배경으로는 최근 증시 반등 구간에서 업종 간 수급에 대한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4월 들어 3개월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선 외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반도체 대장주를 조 단위로 쓸어 담는 동안 콘텐츠주들은 수급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면서 소외를 자초한 모양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보다 더 뼈아픈 대목으로 콘텐츠 산업 전반을 짓누르는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결함이 꼽힌다. 1분기 엔터 산업은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나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컴백 등 대형 호재가 있는데도 상승세를 장기간 지속하지 못했고, K팝 열풍의 핵심 지표였던 음반 판매량이 중국 등 주요 시장의 공동구매 감소 등에 따라 하향 평준화 추세에 접어든 것도 부담이다.
콘텐츠 제작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제작비 인플레이션 우려로 꼽힌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간 콘텐츠 확보 경쟁으로 주연급 배우들의 몸값과 회당 제작비가 치솟았으나, 이를 회수할 국내 TV 광고 시장은 침체에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작비는 늘어나는데 정작 이를 사줄 채널은 줄어드는 부조화가 발생하면서 작품이 흥행해도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구조적 저평가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과 엔터 업종 역시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알리나 테무 등 중국계 커머스의 공급으로 광고나 커머스 점유율이 위협받는 가운데, 신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사업의 수익화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주가 저평가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이익 구조 개선을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볼거리나 소비할 거리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자체 지적재산권(IP)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제작비를 효율화하는 등 체질 개선 등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소외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보며 목표주가를 5만3000원으로 하향한다"며 "방송광고 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됨에 따라 목표 멀티플을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CJ ENM은 OTT 광고에 따른 캐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OTT가 라이브 콘텐츠 비중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광고주들의 선호도가 더 올라가고 있고 티빙 또한 2026년 광고 목표치를 1000억원으로 기존 2배로 잡으면서 고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TV 광고 매출액 규모가 OTT 광고 매출액 규모보다 크다는 점에서 전체 광고 실적은 전년 대비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