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지난 15일 방문한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 제2 엔진 테스트 셀(Engine Test Cell, ETC) 현장. 이 곳은 정비를 마친 엔진의 최종 성능과 점검 역량을 끌어올리는 항공기 안전의 마지막 관문이다,
엔진 테스트 셀은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의 끝단에 해당한다. 분해·정비를 마친 엔진이 이곳으로 옮겨와 최종 성능 시험을 거친다.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제1 ETC는 가로·세로 14m 규모로, 최대 15만 파운드급 초대형 엔진까지 테스트할 수 있다. 그 옆에 새로 들어선 제2 ETC는 지난해 준공된 최신 시설이다. 크기는 가로·세로 10m로 제1 ETC 대비 상대적으로 작지만 최대 6만2000파운드급 엔진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 시설은 역할이 분명히 나뉜다. 제1 ETC가 대형 항공기 엔진에 특화돼 있다면, 제2 ETC는 차세대 고효율 엔진을 다룬다. 특히 대한항공의 신형 기종인 에어버스 A321neo에 장착되는 프랫앤휘트니(PW)의 PW1100G 엔진 시험이 이곳의 주력이다.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늘어날 다양한 기종을 감당하기 위한 포석이다.
제2 ETC 외부로 나오자 또 다른 거대한 공사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철골 구조물이 빼곡히 들어선 이 곳은 신(新) 엔진 정비 공장이다. 총 5780억원이 투입되는 이 시설은 축구장 20개 규모로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완공되면 엔진 정비의 시작과 끝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체계'가 구축된다. 현재 연간 134대 수준인 자체 정비 능력은 2030년 50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정비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보유 항공기가 300여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부 정비 의존도를 낮추고 안전 통제력을 내부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현장을 옮겨 찾은 곳은 지난 2016년 개관한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 지상 3층의 연면적 8023㎡로 국내 최대 규모의 운항 훈련 시설이다.
외관은 평범한 교육시설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또 다른 '비행 현장'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운 조종실 안, 계기판 불빛이 촘촘히 빛난다. 실제 항공기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된 ‘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FFS)’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의훈련이 시작되면 활주로를 달리는 느낌부터 난기류를 만났을 때의 불규칙한 움직임까지 그대로 재현된다. 계기판, 스위치, 조명까지 실제 항공기와 동일하게 구성돼 있어 훈련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 생생한 실전 체험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신입과 현직 조종사 모두가 연간 의무 훈련을 받는다. 정기 비행훈련 연 2회, 특수 상황을 대비한 SPOT 훈련 1회가 기본이다. 엔진 이상, 시스템 고장, 기상 악화 등 실제로는 겪기 어려운 고난도 비상 상황을 반복적으로 훈련한다. 지난해 이 센터를 거친 조종사만 연인원 5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통합을 대비한 훈련이 본격화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본훈련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 서로 다른 기종과 절차를 이해하고 비상 대응 방식까지 통합하는 과정이다. 지난 1년간 양사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 통합, 실시간 비대면 교육 구축, 시뮬레이터 훈련 표준화 등을 마쳤다.
대한항공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경기도 부천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미래항공교통(UAM)과 항공 안전 연구개발(R&D)을 아우르는 대형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곳에 들어설 운항훈련센터는 FFS를 최대 30대까지 확대해 연간 2만명 이상의 조종사를 교육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성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객 신뢰의 근간은 절대 안전"이라며 "아시아나 통합 이후에도 철저한 안전 운항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