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강자' 하나금융…변동성 장기화에도 자본 방어력 '굳건'


환율 상승에 위험가중자산 부담 커지는데 CET1은 13%대 유지
하나금융·하나은행 자본 경쟁력 재조명

하나금융은 13%대 CET1 비율을 유지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외환 부문 강점이 뚜렷해 자본 여력과 외환 대응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고환율 국면이 길어지면서 금융지주의 자본 관리 역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 위험가중자산(RWA)이 늘고 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은 13%대 CET1 비율을 유지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외환 부문 강점이 뚜렷해 자본 여력과 외환 대응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업권의 화두는 단순한 실적 경쟁을 넘어 자본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5.83%로 전 분기 말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13.51%, 기본자본비율은 14.80%로 각각 0.12%포인트, 0.08%포인트 내렸다. 금감원은 견조한 순이익에도 결산배당에 따른 자본 감소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대출자산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이 지표가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핵심 건전성 지표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화대출과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고환율이 주주환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CET1 비율이 흔들리면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전략도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하나금융의 자본 여력은 비교적 안정적인 축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KB금융 13.79%, 하나금융 13.37%, 신한금융 13.33%, 우리금융 12.9%, NH농협금융 12.25% 순이었다. 하나금융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13%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 수치 경쟁을 넘어 고환율과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방어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나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외환 부문 강점 때문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최근 공개 발언에서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금융 노하우를 핵심 경쟁력으로 거론했다. 하나금융이 지난달 스탠다드차타드그룹과 글로벌 사업 및 디지털 자산 협력 업무협약을 맺은 자리에서 함 회장은 "하나금융과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한 금융 노하우의 파트너십은 글로벌 금융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협력 분야로 기업금융(IB), 자금시장, 외국환 등을 제시했다.

실제 수치로도 하나은행의 외환 경쟁력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하나은행의 외환거래이익은 5조7716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1위였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2조9105억원, 신한은행은 2조2508억원, 우리은행은 1조1274억원이었다. 외환 부문에서의 절대적인 거래 규모와 이익 창출력이 고환율 국면에서 하나은행의 상대적 강점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미군이 13일(현지시간) 이란 해상 봉쇄 작전을 개시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박헌우 기자

하나금융은 자본 여력과 주주환원 확대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주주환원율 46.8%를 기록했고,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은 4105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밝혔다.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국면에서도 CET1 13%대를 유지했다는 점은 시장이 하나금융의 자본 관리 능력을 함께 보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 위험가중자산이 더 불어날 수 있고, 이는 자본비율 관리 부담으로 직결된다. 동시에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계획에 따라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 금융지주엔 '주주환원 확대'와 '자본 방어'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금의 13%대 CET1 비율이 안정감을 주는 것은 맞지만 향후 환율 흐름과 시장 변동성에 따라 체감 여력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하나금융·하나은행의 강점은 단순히 수치 자체보다 고환율 환경에서도 외환 경쟁력과 자본 관리를 얼마나 균형 있게 가져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중동 리스크와 달러 강세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업권별 익스포저와 외화유동성, 자본여력을 점검하고 있다. 6개 은행(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국민)의 중동지역 익스포저는 4조3000억원으로 위험가중자산의 0.3% 수준에 그쳤다. 다만 시장이 보는 것은 개별 노출보다 변동성 장기화가 자본과 수익성에 미칠 누적 영향이다.

하나금융이 강점으로 평가받는 외환 역량과 자본 여력을 실제로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향후 차별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강점은 외환 부문 경쟁력과 자본 관리 능력이 동시에 부각된다는 점"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길어질수록 실적보다도 CET1을 얼마나 방어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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