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뒤흔든 건설판…6대 변화 속 정부 역할은


AI 도입→생산성 최대 20% 향상
"AI는 건설업 고질적 과제 개선 핵심 수단"

인공지능이 건설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다. 업계는 지금이 건설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인공지능(AI)이 건설산업의 판을 갈아엎고 있다. 보조 기술에 머물던 혁신이 이제는 산업 가동의 전제가 됐다. 사람과 장비 중심이던 건설현장이 데이터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업계는 지금을 건설산업의 구조를 바꿀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 건설산업 노동집약적 방식·분절된 구조 머물러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AI 시대가 바꾸는 건설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로봇 기술 확산은 건설 수요 구조 자체에 중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AI 도입은 그동안 정체돼온 생산성 문제와 맞물려 주목된다. 맥킨지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2년까지 건설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0.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제조업은 3.0%를 기록했다. 건설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AI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동일한 재원으로 더 많은 시설 공급이 가능해진다. 투자 부족으로 인한 공급 제약도 완화될 수 있다. 맥킨지는 AI 도입 시 생산성 최대 20% 향상, 비용 15% 절감, 공기 30% 단축 효과를 제시했다.

이충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AI 발전과 인구구조 변화·탄소중립 압력·노후 인프라 증가 등 변화가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며 "건설은 여전히 노동집약적 방식과 분절된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AI 시대 건설산업 변화를 여섯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우선 인프라 개념 자체가 바뀐다. AI와 로봇은 더 이상 선택 기술이 아니라 전력·통신처럼 산업을 움직이는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 데이터 기반 연결망에서 이탈하는 기업은 글로벌 표준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건설 경제 구조도 변한다. 인력 투입 중심의 변동비 구조에서 기술 투자와 시스템 운영 중심의 고정비 구조로 이동한다. 초기 비용 부담은 커지지만 공기 단축과 리스크 감소를 통해 금융 구조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력 역할도 달라진다. 로봇이 물리적 노동을 대체하면서 사람은 AI가 제시한 대안을 선택하고 판단하는 역할로 이동한다. 건설 직무는 노동 중심에서 지식 중심으로 재편된다.

산업 생태계는 플랫폼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설계·시공·유지관리로 나뉘던 구조가 데이터로 연결되며, 경쟁력은 데이터 통합과 운영 능력에서 갈린다. 기업 규모보다 데이터 자산이 협상력을 좌우하는 구조다.

공급망도 바뀐다. AI 기반 수요 예측과 데이터 공유를 통해 자재 낭비와 물류 차질이 줄어들고, 유지관리까지 연결되는 효율적 구조가 형성된다. 마지막은 규제다.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AI 판단 책임과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 기준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 발주·규제·안전까지 손봐야…정부, '설계자'로 나서야

한승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AI와 로보틱스는 그동안 쉽게 해결되지 못했던 안전과 품질·제도와 규제 등 건설산업의 고질적 과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보고서는 정부 역할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시대 건설산업 전환기에서 정부 역할은 규제자나 지원자를 넘어, 산업 구조를 재정렬하는 조정자이자 방향 제시자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짚었다.

건설은 발주와 입낙찰·생산체계·하도급 구조·안전과 품질 규범 위에서 작동하는 산업이다. 기술 도입 속도 역시 제도의 수용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 역할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다. 우선 발주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현재 가격 중심 경쟁 체계에서는 기업이 AI 설계나 로봇 시공·데이터 시스템에 적극 투자하기 어렵다. 기술 도입 비용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구조다.

해법은 명확하다. 발주 단계에서 데이터 활용 능력과 디지털 협업 역량·자동화 수준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가격과 기술 간 균형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하도급 구조 역시 바뀌어야 한다. 다단계 구조는 정보와 책임 단절을 낳아 AI 효과를 떨어뜨린다. 데이터 공유와 공동 책임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안전 제도는 사후 처벌에서 사전 예방으로 이동한다. AI와 센서 기술이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환경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책임 구조와 연결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데이터 표준과 상호운용성 기준 마련도 필수다. 산업 전체가 동일한 체계로 연결되지 않으면 기술 확산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만 비용 구조 문제는 남아 있다. AI와 로봇 기술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 공공 발주에서 디지털 역량을 평가에 반영하고,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이충재 건산연 원장은 "건설 생태계가 AI와 데이터로 연결되고 함께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좀처럼 풀리지 않던 숙제들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며 "안전·품질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공급자는 적정 공기·공사비 확보라는 오랜 숙원이 실현되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승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도 "AI와 로보틱스는 그동안 쉽게 해결되지 못했던 안전과 품질·제도와 규제 등 건설산업의 고질적 과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며 "앞으로 건설기업의 경쟁력은 AI 기반 데이터 활용 능력과 플랫폼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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