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CJ와 롯데의 외식 계열사인 CJ푸드빌과 롯데GRS가 내수 침체를 뚫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그룹의 모태이자 주력인 식품 계열사(CJ제일제당·롯데웰푸드)가 실적 정체로 고전하는 점과 대비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푸드빌과 롯데GRS는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을 나란히 재돌파했다. CJ푸드빌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1조208억원으로 7년 만에, 롯데GRS는 12.4% 상승한 1조1189억원으로 8년 만에 '1조 클럽' 타이틀을 되찾았다.
양사 모두 팬데믹 직격탄을 맞으며 장기 부진을 겪었으나,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로 반등에 성공하며 그간의 설움을 씻어냈다. CJ푸드빌은 베이커리 뚜레쥬르와 레스토랑 빕스를, 롯데GRS는 햄버거 롯데리아와 카페 엔제리너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두 기업은 그룹사 내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핵심 계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 특히 2010년대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이 국내로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경쟁력마저 약화했다.
하지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급성장하는 배달 시장에 주목해 전용 메뉴를 출시하는 등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나뉜 양극화 소비에 맞춘 이원화 전략도 주효했다.
반면 주력 식품 계열사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내외 경기 불황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며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은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 대비 0.6% 감소한 17조75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2% 하락한 8912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 6579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매출 4조2160억원으로 4.2%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3%, 12.8% 감소한 1095억원, 714억원에 머물렀다.
이상기후와 전쟁에 따른 원재료 수급 불안, 고환율 기조가 실적을 짓눌렀다. 실제 CJ제일제당의 매출원가율은 73.6%, 롯데웰푸드는 72.9%로 전년 대비 각각 1.3%p, 2.5%p 상승했다.
두 기업은 새 대표를 맞으며 전사적 경영 쇄신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바이오사업을 이끌던 윤석환 대표를 식품을 포함한 총괄대표로 선임했고, 롯데웰푸드는 한국앤컴퍼니 부사장 출신의 서정호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맞았다.
CJ제일제당은 대표 산하 '미래혁신사무국'를 신설하고 사업 재편에 들어갔고, 롯데웰푸드 역시 대표 직속으로 '혁신추진단'을 세워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인적 쇄신에 돌입했다.
전통 강자들이 주춤한 사이 그룹 내 비주류였던 외식 계열사는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선 두 외식 계열사가 CJ와 롯데의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부상할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외식 시장 규모는 110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99조원) 대비 12%가량 성장했다. 외식 시장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배달 시장의 폭발적인 팽창과 무관치 않다.
실제 외식 내 배달 비중은 2019년 18%에서 2024년 35%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CJ푸드빌과 롯데GRS는 이러한 흐름을 읽고 전용 메뉴 개발과 프로모션 강화에 나선 전략이 실적 반등의 열쇠가 됐다.
구체적으로 CJ푸드빌은 뚜레쥬르와 빕스 등을 앞세워 국내외 약 1700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해외는 뚜레쥬르를 중심으로 300여곳의 거점을 확보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의 건강 빵 라인업을 확대하며 소비자들의 '웰니스' 트렌드를 공략했고, 빕스는 프리미엄 레스토랑으로의 정체성을 강화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롯데GRS는 롯데리아로 국내외 1600여개 매장을 가동하고 있다. 해외에만 300여곳의 매장을 낸 롯데리아는 'K-버거'의 경쟁력을 앞세워 브랜드를 알렸다. 패티에 돈까스를 통째로 넣은 '왕돈까스버거'나 과거 인기 메뉴였던 라이스버거를 '전주비빔라이스버거'로 재출시하며 가성비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엔 점심시간 할인 혜택인 '리아런치' 운영 시간을 확대하며 고물가 대응에 나섰다.
이 외에 글로벌 영토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제빵공장을 완공하며 북미 시장 내 뚜레쥬르 매장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롯데GRS 역시 햄버거 본고장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진출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전략에 대해 CJ푸드빌은 "고객 니즈를 반영한 운영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합리적 가격대로 공간과 서비스, 메뉴 전반에서 외식문화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고, 롯데GRS는 "지방 매장 리뉴얼 투자를 단행하며 전국 권역별 메가 매장을 육성하고, 매장 효율성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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