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업비트의 점유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운영사 두나무의 실적까지 악화되는 흐름이 이어지며 시장 주도력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빗썸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격차를 좁히고, 코빗·코인원 등 중소 거래소들도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기존 '빅2' 중심 구조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8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주요 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 55.4%, 빗썸 21.7%, 코빗 12.1%, 코인원 10.4%로 집계됐다. 업비트 점유율은 여전히 1위지만 과거 대비 하락폭이 뚜렷하다. 반면 코빗과 코인원은 각각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코빗과 코인원의 합산 점유율은 22.8%로, 빗썸(21.7%)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는 2년 전과 비교하면 구조적인 변화다. 2024년 말까지만 해도 업비트 약 80%, 빗썸 약 20%의 양강 구도가 유지됐고, 코인원(약 2%), 코빗(약 0.5%)은 사실상 시장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 당시에는 업비트와 빗썸이 전체 시장의 약 95%를 점유하는 '빅2 중심'의 고도 집중 구조가 이어졌다.
그때와 비교해 현재 업비트 점유율이 약 25%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반면, 코빗과 코인원은 두 자릿수 점유율로 성장하며 경쟁 구도가 다변화되고 있다. 거래소 간 경쟁이 '빅2 독식'에서 '다자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소 거래소들의 공격적인 수수료 정책이 있다. 특히 USDC 거래 수수료 인센티브가 거래량 유입을 이끌며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실적 둔화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나무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5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693억원으로 26.7%, 당기순이익은 27.9% 줄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거래량 감소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빗썸은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빗썸은 2025년 매출 6513억원, 영업이익 163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1.2%, 22.3%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최근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업비트와의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두나무와 네이버 간 합병 일정 지연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공시를 통해 포괄적 주식교환 관련 주주총회 일정을 기존 5월 22일에서 8월 18일로, 거래 종결 시점도 6월 30일에서 9월 30일로 변경했다. 인허가 절차와 법령 정비 상황을 반영한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자산 2단계 입법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점은 여전하다"면서도 "법안과 함께 금융당국의 합병 승인이 9월 이후로 지연되며 모멘텀 공백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중위권 거래소들은 금융사와의 결합을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코빗은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한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이며, 코인원 역시 한국투자증권이 인수를 검토하는 등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 중심의 일극 체제가 약화되는 가운데, 실적과 자본력, 제휴 구조를 축으로 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네이버-두나무 합병이 지연되는 사이 경쟁 거래소들이 금융사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시장 세력 균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거래소로 유동성이 집중됐지만, 지금은 수수료와 제휴 구조에 따라 거래가 분산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중소 거래소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