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EV)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 내 경쟁 심화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실제 수혜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 흐름이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기존 전망 대비 올해 0.5년, 2027년에는 1년, 2028년에는 2년 이상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침투율 전망도 상향됐다. 올해는 27%에서 29%로, 2027년은 30%에서 3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상승은 전기차의 경제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인 기아 EV5와 가솔린 모델 기아 스포티지 1.6T를 비교할 경우, 기름값이 ℓ당 1600원일 때 약 2년이 걸리던 가격 회수 기간은 2000원 수준에서는 약 1년2개월로 단축된다.
총소유비용(TCO) 격차도 확대된다. 기름값이 1600원일 때 스포티지를 10년간 운행하면 약 5900만원이 들지만, 2000원으로 상승하면 6500만원까지 증가한다. 반면 EV5는 같은 기간 약 44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유가가 높아질수록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비용 경쟁력이 확대되는 구조다.
관건은 이 같은 수요 반등을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느냐다.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134.9GWh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에 그쳤고,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시장 점유율은 15.0%로 2.2%포인트 하락했다.
업체별로도 LG에너지솔루션 2.7%, SK온 12.9%, 삼성SDI 21.9% 각각 사용량이 감소하며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 둔화와 주요 완성차 고객사의 생산 조정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CATL은 56.9GWh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했다. 중국 내수 시장 기반 수요와 현지 완성차와의 밀착된 공급망이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특정 고객사와 지역 의존도가 높아 주요 시장이나 완성차 수요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다. SNE리서치는 "지역별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업체일수록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와 고객 포트폴리오 확대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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