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총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샅바싸움이 또 시작됐다. HD현대중공업이 KDDX 기본 설계 자료를 경쟁업체인 한화오션에 공개하지 말라며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다. 양사의 경쟁 과열로 사업이 이미 2년 가량 지연된 상황이라 이번 가처분 결과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RFP) 배포와 관련한 방사청의 자료 공유를 중단해달라며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DDX의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경쟁입찰의 공정성 확보를 명목으로 기본설계 자료를 한화오션에 공유하는 점을 문제삼았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산출물에 최신 공법과 신기술, 장비 사양, 원가 구조 등 자사의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당사는 방사청의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과 기본설계 제안요청서에 따라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이어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기본설계를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최신 공법과 신기술, 제품 사양, 가격 등 입찰 경쟁력과 직결되는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정보가 경쟁사에 공유될 경우 심각한 불공정 경쟁이 발생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에도 방사청은 지난달 26일 예정대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RFP와 함께 기본설계 자료 170여 건을 대여 형식으로 배부했다.
방사청은 "사업 지연이 심각한 만큼 업체 반발을 이유로 일정을 미룰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방사청은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배부한 자료를 회수하는 등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이 만약 가처분을 인용하게 되면 5월 제안서 접수와 7월 사업자 선정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DDX 사업은 이미 2년 넘게 표류해온 터라 추가 지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당초 2023년 기본설계를 마친 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경쟁업체 간 법적 분쟁 등 갈등이 이어지면서 사업이 2년 넘게 지연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도 한다.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 개발 순서상 함정 상세설계는 기본설계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는 것이 관례처럼 이뤄져왔으나 방사청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생겼다. 상세설계 입찰을 위해서는 기본설계를 알아야 하는 탓에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에 경쟁사가 수행한 기본설계 결과가 제공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방사청은 사업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오는 5월 15일까지 제안서를 받고 7월 중 최종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KDDX 사업은 7조800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담당했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놓고 양사는 2년 넘게 경쟁해왔으며, 방사청은 지난해 12월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