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치연구원 "추경-환율 상관관계 37%…26조 투입 시 1600원 돌파할 수도"


위기 때마다 커진 추경…환율도 동반 상승
26조 추경 시 원·달러 환율 52원 상승 추정

2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정 확대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환전소 기준 원·달러 환율이 1576.85원을 돌파한 모습. /인천국제공항=김성렬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2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정 확대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변수로 환율이 이미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까지 더해질 경우 원화 약세 흐름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추경과 환율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되면서, 향후 환율이 1600원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3일 파이터치연구원은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추경 규모와 원·달러 평균 환율을 기반으로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변수 간 상관계수가 0.37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에는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의 과거 추경 자료와 한국은행의 환율 통계가 활용됐다. 해당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환율 상승 변동의 약 37.1%가 추경 확대와 연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 분석은 상관관계에 기반한 것으로 금리, 글로벌 달러 강세, 지정학 리스크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연구원은 추경 규모 확대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분석 결과,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투입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약 52원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단순 적용할 경우 향후 환율 수준에 따라 1600원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추경 확대와 환율 상승 흐름이 일정 부분 맞물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2009년 약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되던 시기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기준 2008년 1102.59원에서 1276.40원으로 173.81원 상승했다.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95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추경이 집행되는 동안 환율은 연평균 기준 2019년 1165.65원에서 2023년 1305.41원으로 139.76원 상승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45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반영된 가운데 환율은 연평균 기준 2024년 1363.98원에서 2025년 1422.22원으로 58.24원 상승하며 고환율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중동 사태 대응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와 경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이를 '사실상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고 정부의 총력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삶과 민생경제를 지키기 위해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국회에서는 추경의 성격을 두고 여야 간 입장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추경을 중동 사태에 따른 공급망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으로 보고, 신속한 집행을 통해 경기 하방을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선거용 현금 살포'로 규정하며, 지원 대상과 사업 구성의 적정성이 부족한 선심성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추경의 경기 부양 효과와 함께 환율 등 거시 변수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재정 확대와 통화정책 간 엇박자가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고유가 영향도 있지만, 지금의 환율 급등은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키운 측면이 더 크다"며 "금리는 제때 올리지 않으면서 재정은 계속 풀어놓는 비일관적 정책이 외환시장 불안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율이 오르고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추경으로 현금을 푸는 방식은 근본 처방이 아니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재정 확대와 저금리 기조가 동시에 이어지면 자금 이탈 압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지정학 리스크 완화 시 환율이 안정될 여지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금리·재정·규제 정책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같은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경과 환율 간 관계를 단순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율은 미국 금리, 달러 강세, 글로벌 자금 흐름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 복합 지표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추경이 환율 상승 압력을 일부 자극할 수는 있지만, 핵심 변수는 여전히 대외 요인"이라며 "정책 조합과 글로벌 환경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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