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실물 견본주택 대신 사이버 견본주택만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입지와 브랜드 경쟁력만으로 흥행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서는 롯데건설의 '이촌 르엘', DL이앤씨의 '아크로 드 서초', 포스코이앤씨의 '오티에르 반포' 등은 모두 실물 견본주택 없이 사이버 견본주택만 운영하기로 했다.
사이버 견본주택은 분양 단지의 세대 모형을 온라인으로 제공해 현장 방문 없이 집을 구경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실물 견본주택 방문이 어려워지며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단순한 대체 수단을 넘어 고가 단지의 주요 선택지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사이버 견본주택을 택한 단지들은 대부분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선호 입지에 자리한다. 이촌 르엘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현대를 리모델링한 단지이며, 아크로 드 서초는 서울 서초구 서초신동아 1·2차를 재건축한 곳이다. 오티에르 반포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를 재건축한 단지다. 이에 앞서 지난해 분양한 서초구 방배동의 '래미안 원페를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잠실 르엘' 등도 사이버 견본주택만 운영한 바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이촌 르엘은 총 750가구 가운데 88가구, 아크로 드 서초는 총 1161가구 중 56가구, 오티에르 반포는 총 251가구 중 86가구만 일반분양 물량이다. 희소성이 높은 고가 단지일수록 실물 견본주택이 없어도 수요가 충분히 붙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이버 견본주택의 장점 중 하나는 비용 절감이다. 실물 견본주택은 임대료, 건축비, 유닛 시공비, 인테리어 소품비, 운영 인력비 등 여러 비용이 지출되지만, 사이버 견본주택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
이러한 단지들은 실물 견본주택 유무가 청약 성패를 좌우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크로 드 서초의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은 총 26가구 모집에 1만9533명이 접수해 평균 751.3대 1로 집계됐다. 잠실 르엘과 래미안 원페를라도 각각 1순위 청약에서 631.6대 1, 151.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아쉬움을 느끼는 수요자도 적지 않다. 실물 견본주택은 마감재와 동선, 공간감 등을 직접 체감할 수 있지만, 사이버 견본주택은 이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도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주요 지역 단지는 입지와 브랜드만으로도 청약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실물 견본주택 대신 사이버 전시관으로 대체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