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올해 주주총회의 핵심 키워드는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파격적인 주주환원'으로 요약된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공언하는 동시에, 자사주 소각과 비과세 배당 등을 통해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 26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슈퍼 주총 데이'를 맞았다. 이번 주총에서 기업들은 약가 제도 개편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R&D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웅제약은 올해 R&D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특히 AI를 접목한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에서만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마곡C&D센터 개소,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구축, 차세대 신약 후보군 개발 등의 신규 투자를 집행해 새로운 성장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R&D 투자 확대로 인해 단기 수익성이 일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장기 성장 동력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올해는 신제품의 적기 출시와 제품 경쟁력 제고, 시장 대응력 강화를 통해 내실 있는 이익성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NRDO 전문기업 아첼라를 통해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배곧 바이오 복합개발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여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아에스티는 혁신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을 통해 상업화 성과를 가속화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를 본격화한다. 정재훈 동아에스티 대표는 "미래 의료 기술의 중심이 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관련 사업도 점차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며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과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며 '경쟁 우위 성과'를 경영 방침으로 내걸었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는 "올해는 ‘경쟁 우위 성과 창출’이라는 경영 방침에 따라 △매출 및 수익 성과 창출 △신성장 동력 확보 △지속 가능 사업 체계 구축에 역점을 두고 의약품 등 주력 사업의 내실 강화와 R&D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창출에 역량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조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도 한층 진화했다. 단순히 배당금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자사주 소각 등 강력한 주가 부양책이 등장했다.
유유제약은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약 128만 주)을 상반기 내 소각하기로 결정하며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배당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주주들이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비과세 배당'을 확정해 실질 수익률을 높였다.
기업들은 주당 배당금을 확정했다. 종근당은 500원, 동아에스티는 700원, 일동제약은 200원 등 배당을 의결하며 주주 가치 제고에 동참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리더십 교체도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오너 경영인의 책임 경영 강화와 전문경영인의 투명성 제고가 동시에 이뤄졌다.
코오롱그룹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티슈진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신약 상용화의 시험대에 올랐다. 동화약품 윤인호 대표 역시 이사회 인적 쇄신을 주도했다.
명인제약은 한미약품 출신 이관순 대표를 영입하며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했고, 일동홀딩스는 37년 '일동맨' 최규환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내실 경영을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