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 관심이 쏠린다. 신 후보자가 과도한 레버리지와 금융불균형 위험을 꾸준히 경고해온 이력 탓에 시장에선 '실용적 매파'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신 후보자가 첫 메시지에서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을 함께 보는 균형을 강조해 당장 금리 인상으로 직결해 해석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신 후보자는 1959년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경제학·철학을 전공한 뒤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런던정경대와 프린스턴대 교수, IMF 상주학자,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 등을 거쳤고, 현재 BIS 통화경제국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실은 신 후보자를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소개하며, 중동 사태로 국제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성장이라는 과제를 함께 풀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인사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된다. 한국은행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4년이다. 이창용 총재 임기가 4월 20일 끝나는 만큼 신 후보자는 청문 절차를 거쳐 차기 총재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를 두고 '매파'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잉 차입과 레버리지의 위험을 오래 지적해왔고, 금융안정을 통화정책 판단의 한 축으로 무겁게 보는 문제의식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런 평가를 곧바로 취임 직후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최근 발언만 놓고 보면 신 후보자는 다소 신중한 쪽에 가깝다. 신 후보자는 지난 16일 발표한 BIS 분기 보고서에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에 중앙은행들이 성급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때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말고 '통과시키는 것(look through)'이 교과서적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충격의 성격과 지속 기간을 먼저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새 총재가 취임 초부터 50bp, 100bp 식의 과감한 인상에 바로 나설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오히려 금리 수준 자체보다 물가 기대와 환율, 가계부채, 주택시장에 대한 경계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기조를 재정렬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현재 한은의 공식 입장도 급격한 방향 전환과는 거리가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월 26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고, 결정은 7명 전원일치였다. 당시 한은은 물가가 목표 수준 근처에서 안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변동성은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장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안정의 무게를 분명히 둔 셈이다.
금리 경로를 봐도 한국은행은 이미 적지 않은 폭의 완화에 나선 상태다. 기준금리는 2024년 10월 3.25%, 같은 해 11월 3.00%, 2025년 2월 2.75%, 2025년 5월 2.50%로 낮아졌고, 이후 현재까지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신 후보자가 낮아진 금리 수준 아래서 환율과 자산시장, 가계부채를 어떻게 다시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묶어둘 것이냐에 관심이 모인다.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중동 사태 여파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517.3원에 마감해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90원대로 내려왔고, 국제유가는 재차 반등해 브렌트유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선을 웃돌았다. 새 총재의 첫 시험대가 단순한 기준금리 조정 여부가 아니라, 외환시장 변동성과 수입물가 압력, 기대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불안을 함께 관리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신 후보자의 색깔을 '금리 인상론자' 한 단어로 정리하기보다 금융안정에 무게를 두는 실용주의자로 읽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관심은 그가 금리를 당장 얼마나 움직이느냐보다, 환율과 가계부채, 서울 주택시장에 대한 경고 수위를 얼마나 높이고 금통위 전체를 어떤 방향으로 설득하느냐에 쏠릴 전망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각에서는 과거 논문이나 오래된 이력만으로 신 후보자를 '매파'로 단정하기보다, 최근 2~3년간 한국 경제와 금리, 환율, 부동산에 대해 어떤 시각을 보여왔는지부터 차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후보자는 '매파'로 분류되지만, 첫 메시지에서 '균형'을 강조한 만큼 단순히 금리만으로 방향을 읽기보다 물가 기대·환율·가계부채를 함께 보는 프레임이 필요하다"며 "금리 경로보다 '금융안정'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