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석유 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비닐과 플라스틱 핵심 원재료로 제품 포장재를 비롯해 생활용품 전반에 폭넓게 쓰인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완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K-뷰티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길어지며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원유뿐만 아니라 나프타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나프타는 합성수지와 화학섬유의 기초 원료인 만큼,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화장품 용기·포장재·생활용품 원단 등 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일부 생활용품에서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비닐 수요가 늘면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 일부 품목에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포장재와 용기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역시 직격탄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화장품은 제품 특성상 플라스틱 용기와 각종 포장재 의존도가 높아 원재료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가 부담이 커질 경우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현재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장 제품 포장재 수급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가격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단기적인 수급 차질보다 중장기 리스크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당장 재고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메카코리아 측은 "현재 공급망 관리 범위 내에서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며 "주요 원자재에 대한 재고를 일정 수준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는 용기 수급 구조상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용기는 협력사를 통해 공급받는 구조"라며 "주요 용기 업체들이 약 2개월가량 원료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단기적인 소싱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사들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원자재 수급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포장재 가격 인상과 화장품 가격 인상 전망도 현재로서 가시화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아직 가시적인 문제는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으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나프타를 비롯한 기타 원재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사전 재고를 비축하고 업체 다원화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장재와 용기의 경우 외부 업체들로부터 공급받는 경우가 많아 협력업체와 지속적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다만 각 브랜드에서도 현재 수급에 집중하는 상황이며 가격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현재 이란 중동 전쟁발 이슈로 포장재 가격 상승 및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관련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로서 직접적인 타격이나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장의 충격은 제한적일지라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부담이 점진적으로 누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재고와 기존 계약 물량으로 버티고 있으나, 중동 리스크가 지속되면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생활용품 전반의 가격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