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믿은 개미, 역대 최대 '풀베팅'…기약 없는 '장투 늪' 빠질까


외인, 코스피 2%대 반등에도 이틀 연속 순매도세
저점 매수 아닌 비자발적 고립 우려도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가 6% 넘게 폭락하며 5400선까지 밀려난 지난 23일 역대 일일 최대 기록인 7조원가량을 쓸어 담으며 정면 승부를 택했다. 하루 뒤 코스피가 다소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번 개미들의 과도한 '풀베팅'이 자칫 빠져나오기 힘든 장기투자(장투)의 늪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4% 오른 5553.92에 장을 마감했다. 개장 직후 장중 최고 5600선까지 돌파하며 강력한 'V자 반등' 기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틀 연속 이어진 외인의 매도세에 밀려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강세 마감했다.

코스피 강세는 전날 급락장의 원인으로 지목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저가 매수세 유입 등이 동반된 결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협상 진전 발언에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 주식 시장에 활기가 돌았고, 전날 투매에 나섰던 투자 심리도 저점 매수 기회를 엿보는 관망세도 돌아섰다.

투자자 유형별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6484억원, 777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다만 외인은 25일에도 1조7209억원의 거센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반등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시장에서는 이날 투자자들의 행보를 두고 전날 흐름과 대조적인 동시에 연결된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23일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에만 역대 최대인 6조9751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저가 매수에 열을 올렸다. 당시 코스피는 개인의 철저한 사투에도 외인과 기관이 각각 3조6846억원, 3조777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6.49% 급락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전날 개미들의 베팅이 하루 뒤 효과를 냈는지도 주목도가 높다. 동시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일일 순매수는 순수한 저점 매수를 노린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 기존 보유 종목의 손실을 줄이려는 비자발적 물타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된 개인의 매수 물량은 향후 증시 반등마다 본전 회수를 노리는 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통상 폭락 장에서는 개인의 물량이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지수가 상승할 때는 이 물량이 쏟아지며 상승 탄력을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인의 대규모 귀환 없이는 개미들이 지수를 밀어 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동 협상 의지에 급한 불은 꺼졌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안갯속 시나리오를 견지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후 미국의 협상 발표를 즉각 부인하고 나선 데다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중동 불안 등 대외적인 위협이 전혀 해소되지 않아서다.

수급 측면에서도 불안 요소는 지속 감지된다. 원·달러 환율인 1500원 인근에서 고착할 조짐을 보이면서 외인 투자자들에게는 환차손 부담을 주고 있는 까닭이다. 외인이 이탈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수 반등은 기술적 반등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해석이다.

빚투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융자를 동원해 매수에 동참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횡보하거나 추가 하락할 경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물량이 처분되는 반대매매 우려를 당부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개인 매수세는 신뢰 증표라기보다 탈출구를 찾지 못한 자금의 정체로 보는 시각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외인의 순매수 전환 등 실질적인 수급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어제의 '풀베팅'은 기약 없는 비자발적 고립으로 이어져 유동성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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