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대원2구역서 드러난 정비사업의 취약한 권력 구조


시공사 교체와 금품 의혹 겹치며 갈등 심화
조합장 '핵심 권력' 속 외부 견제장치 제한적
개인 판단과 이해관계 취약 드러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현장. /성남시청

[더팩트|황준익 기자] "제가 1억원을 직접 전달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에서 양심선언이 나왔다. 2021년부터 상대원2구역 조합장과 사업지를 담당했던 A씨다.

A씨는 "한 마감재 업체로부터 현금을 받아 5000만원씩 2회에 걸쳐 조합장에게 제공했다"며 "5성급 호텔 예약, 개인 PT 비용 지급, 미슐랭 식당 식사 등 180여 건의 접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진술했다. 1억원을 지급한 마감재 업체는 "조합장이 공사 준다고 약속하고 접대받고 돈을 받고 이제 와서 모르쇠"라며 조합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최근 조합장의 금품수수 혐의 등을 수사하기 위해 상대원2구역 조합 사무실과 조합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반면 조합장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저 또한 향응 접대 및 뇌물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고지받았다"며 "그럼에도 폭로에 나선 건 조합장은 제가 중간에서 슈킹(가로채기)했다고 주장하는 등 모함을 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호소했다.

상대원2구역은 시공사 교체 갈등에 더해 조합장 수사까지 겹치며 사업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다. 조합은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GS건설로의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조합이 주요 마감재 품목을 특정 업체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DL이앤씨 측이 수용하지 않았고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도 불발되면서 시공사 교체 논의가 본격 이뤄졌다.

정비업계에선 이번 사안이 단순한 폭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받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버텨오던 사안이 실명 기반의 진술과 구체적인 정황 공개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건을 특정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의 출발은 철거까지 끝낸 상황에서 조합장의 시공사 교체 시도와 마감재 업체의 자진신고였다. 이어 조합장의 전면 부인, 그리고 전달 당사자의 반박과 추가 폭로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단순한 진술 충돌이 아니라 정비사업 구조 안에 존재하는 권한 집중과 견제 부재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장은 사실상 사업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권력이다. 시공사 선정, 마감재 결정, 계약 구조 등 주요 의사결정이 한 축으로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외부 견제 장치는 제한적이다.

이 권한이 사적 이해관계와 결합할 때 문제가 드러난다. 특정 업체 선정, 계약조건 변경, 시공사 교체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결정이 단순한 사업 판단인지, 아니면 다른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인지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다.

상대원2구역 사례는 이 취약한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금품 제공을 인정한 업체 진술, 이를 부인하는 조합장, 그리고 전달 사실을 인정하는 관계자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은 '누가 맞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 이런 구조가 반복되느냐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영향이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시공사 교체 여부, 사업 지연, 추가 분담금 등 모든 리스크는 결국 조합원 부담이다. 그럼에도 의사결정 과정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폐쇄적이다.

법적으로 조합 임원은 형법상 공무원으로 간주된다. 이는 그만큼 공공성과 책임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은 '사적 권한'에 가까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비사업 구조가 조합장 개인의 판단과 이해관계에 얼마나 취약한가 △ 그 구조를 견제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양심선언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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