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회사 몸값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혼 확정 시 아내와의 재산분할 규모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평생 일군 회사의 미래 가치를 스스로 낮게 평가해야 하는 창업주의 모순적인 상황이 주목된다.
지난 18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들 부부의 3차 변론기일에서는 이혼 결정보다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가치 평가액을 산정하는 데 집중됐다. 당초 3조원가량 벌어졌던 양측의 기업가치 감정액 격차가 이날 재판을 거치며 1조원대로 좁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변론 직후 아내 이 씨 측 대리인은 취재진과 만나 "최근 감정인에게 보완 감정을 요청해 금액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아내 측이 대법원 판례를 명시해 재평가를 요구했고 이를 감정인이 수용하면서 권 CVO 측이 신청한 상증세법상 평가액이 6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변론 과정에서 이 씨 측은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해 8조원대 가치를 주장했고 권 CVO 측은 상증세법을 적용해 4조9000억원 수준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보완 감정을 거치며 권 CVO 측의 방어선이 2조원가량 훌쩍 뛰었다.
권 CVO가 이혼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소송의 최종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재산분할 산정 측면에서는 아내 측의 주장이 더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새다. 가치 산정 방식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으나 이날 권 CVO 측은 예정됐던 프레젠테이션(PT)을 포기하고 별도의 발표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신이 성장시킨 회사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려야 하는 창업주의 처지다. 통상 기업인이라면 기업의 잠재력과 비전을 세상에 최대한 높게 평가받으려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권 CVO는 재산분할에 따른 지분 유출과 지배구조 변동을 막기 위해 자사의 미래 성장성을 보수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법정에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권 CVO 측은 비상장사의 특성과 게임 산업의 높은 변동성을 내세워 과거 실적 위주의 보수적 산정 방식을 고수해 왔다. 경영권 사수를 위해 회사 가치 하향 조정을 내세웠지만 아내 측 요구로 평가액이 높아졌다.
이 씨 측은 지난 2002년 창업 당시 부부가 자본금의 70%와 30%를 각각 출자했고 본인이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 재직했던 점을 들어 공동 창업 수준의 기여도를 주장하고 있다. 만약 대규모 지분 분할이 이뤄질 경우 2대 주주 등장으로 권 창업주의 경영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다만 기업가치 산정에 따라 재산분할이 되려면 이혼 성립 여부가 먼저 가려져야 한다. 권 CVO 측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으며 이혼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아내 측 대리인은 "이혼 여부와 재산 분할 그리고 기여도 등을 모두 평면상에 올려두고 다투는 중"이라며 "다음 기일은 5월 27일로 지정됐고 이날 변론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게임업계와 투자시장은 법원의 기업 평가액 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확정되는 법원의 기업가치는 향후 스마일게이트가 핵심 자회사 상장을 재추진할 때 투자자들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이자 참고 지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창업주라면 일궈낸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법정에서는 보수적으로 가치를 낮춰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조 단위 분할 소송인 만큼 이번 재판을 계기로 비상장 기업 주식 평가 방식에 대한 학문적 실무적 논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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