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미국이 제조업 공급과잉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디지털 규제와는 별개 사안으로 보고 의견 제출과 공청회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는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301조 조사 개시 배경과 대응 방향을 12일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번 301조는 제조업 공급과잉을 주제로 한 조사로 한국을 특정해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16개국 전반의 구조적 요인을 들여다보는 조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제노동과 관련한 301조 조사도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디지털 관련 비관세 장벽이나 플랫폼 규제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미국 대법원의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조치 위법 판결 이후 관세를 판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한 것도 301조 조사 기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122조 관세는 최대 150일 동안 적용되는 한시적 조치로, 이후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기존 관세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동차(15%)와 철강(50%) 등에 부과되는 무역확장법 232조 품목 관세는 별도로 유지되고 있다.
여 본부장은 "301조는 통상 수개월에서 1년가량 조사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 기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전 조사가 필요 없는 122조를 활용해 글로벌 10% 관세를 먼저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와 쿠팡 관련 사안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쿠팡 문제는 기업의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301조 개시와 연결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USTR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상태로 조사 절차에 맞춰 의견 제출과 공청회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세부 산업이나 품목은 아직 특정할 수 없지만, 조사와 협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 본부장은 "대미 투자 확대 과정에서 중간재 수출이 늘면서 무역흑자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미국 제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통계와 논리를 통해 설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부 산업을 특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제조업 공급과잉 조사인 만큼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이는 분야가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미투자특별법과 관련해서 그는 "지난해 한미 간 합의 이행을 위한 절차"라며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존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양국 관계 안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 시점에 대해서는 "양국 간 협의를 이어가며 준비되는 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USTR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연방 관보를 통해 제조업 구조적 과잉생산과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16개 교역상대국이 포함됐다. 서면 의견은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제출되며 다음 달 5일부터 공청회가 열린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 인상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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