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적자 서비스 종료도 쟁의 '불씨'로…IT업계 긴장


계열사 노조, 본사에 교섭 요구 잇따라
신속한 의사결정·경영 유연성 저하 우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계열사 노조의 본사 교섭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 개편이 필수적인 IT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NHN 노동조합의 계열사 구조조정 규탄 집회 현장.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더팩트|우지수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기술 발전에 발맞춘 신속한 조직 개편으로 성장해 온 IT 기업의 역동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업 종료나 구조 개편 등 다양한 경영 판단을 두고 교섭과 고용 책임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원청의 교섭 의무를 넓히고 적자 사업의 종료, 기업 인수합병 등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하면서 노조가 모회사를 향해 직접 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근 NHN의 교육 자회사 NHN에듀는 누적된 영업적자로 모바일 알림장 서비스 '아이엠스쿨' 운영을 멈추고 직원을 재배치하는 중이다. 노조 측은 전환 배치를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규정하고 경영에 관여해 온 모회사 NHN이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모회사가 지분을 통해 자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만큼 자회사 폐업이나 사업 정리 시 고용 승계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NHN 측은 두 회사가 분리된 법인인 상황에서 모회사가 인사 문제에 개입할 경우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계열사가 많은 카카오와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 기업도 노란봉투법 사정권에 들어왔다. 카카오 노조는 개발 담당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의 권고사직 통보와 관련해 경영권을 쥔 본사가 사태를 해결을 요구했다. 모회사인 카카오가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과거 6개 계열사 노조의 통합 교섭 요구에 대해 각 기업이 철저히 독립된 법인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바뀐 법 테두리 안에서는 노동위원회가 네이버를 실질적 사용자로 규정할 여지가 생겼다.

다수의 독립 개발 스튜디오를 거느린 게임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은 본사가 마케팅과 유통을 전담하고 개발은 외부 스튜디오를 인수하거나 분사시키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여왔다. 앞으로는 자회사 노조나 독립 스튜디오가 직접 본사 문을 두드리며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돼 기존 노사 협상 관행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본사가 근무 환경과 실적이 제각각인 여러 회사와 개별 협상에 나서야 해 관리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사업부 매각이나 외주화 같은 경영상 결정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기업의 민첩한 의사결정에 제동이 걸릴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회사 직원이 본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거나 이익 공유를 주장할 경우 모회사 직원들이 반발하는 노동자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같은 긴장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이 참석하는 상생협력 간담회가 열린다. 노란봉투법 시행일에 맞춰 원하청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등 기업들의 자발적인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각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IT 기업의 주요 경쟁력"이라며 "법 적용 과정에서 이 같은 IT 산업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면 빠른 조직 개편이나 새로운 투자 결정에 다소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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