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에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등 유류비 절감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1년간 기름값은 리터(L)당 1600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던 만큼 카드업계는 '정유 특화 카드' 활용을 권고한다. 연회비 부담도 크지 않고 주유와 일상 영역의 할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조언이다.
9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97.6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리터당 1686원과 비교하면 200원 넘게 치솟았다. 이어 서울 평균 가격은 1947.40원으로 전국 평균 대비 약 50원 높은 수준이다. 서울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리터당 2589원으로 리터당 기름값 2000원선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급등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갈등이 군사 충돌로 번지면서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고, 이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유가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부가 중동 사태를 틈탄 가격 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두고 엄포를 놓았지만, 국제유가 상승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체감 부담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이유다.
유가 진정 방안이 제한적인 만큼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개인 차원의 자구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드업계는 주유 할인 신용카드를 활용하면 유류비의 10%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휘발유 가격이 오를수록 주유 할인 카드의 실효성도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기준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주유·차량정비' 카테고리에서 집계된 신용카드 상품 순위 중 연회비 2만원 이하 상품을 살펴보면 신한카드의 '딥오일'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전월 실적 70만원을 충족할 경우 월 주유금액 30만원까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 수준일 경우 리터당 200원 이상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회비는 해외겸용 기준 1만원이다.
최근 주유 특화 상품을 출시한 곳은 현대카드다. 지난 1월 GS칼텍스와 협업을 통해 '에너지오일 카드'를 출시했다. 주유소 기준 반경 5km 내 최저가 주유 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바로주유' 방식으로 결제할 경우 추가 5% 할인 혜택도 이용할 수 있다. 할인은 전월 이용금액 40만원 이상일 때 적용하며 80만원 이상 이용 시 월 할인 한도가 최대 3만원까지 확대된다. 연회비는 해외겸용 기준 1만원이며 카드고릴라 주유 카드 순위 3위에 올라섰다.
이어 삼성카드의 '삼성 iD 에너지(ENERGY) 카드'는 8위에 안착했다. 주유 특화 카드로 꼽힌다. 주유 건별 1만원 이상 결제 시 1만원 결제일 할인을 제공하며 월 합산 3만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월 이용금액 150만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주유뿐 아니라 엔진오일 교환이나 하이패스 이용 등 차량 관련 서비스 할인도 함께 제공한다.
하나카드의 '클럽(CLUB) SK 카드'는 6위에 머물고 있다. 전월 이용금액 70만원 이상일 경우 SK주유소 이용 시 리터당 150원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월 할인 한도는 2만2000원으로 주유금액 3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 국내전용 연회비는 6000원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운전자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카드사 간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유사와 제휴해 출시하는 상품은 마케팅 비용 절감과 신규 고객 유치 측면에서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카드사와 정유사가 마케팅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적인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 확보와 비용 효율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주유 카드는 비교적 낮은 부담으로 유류비 절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주유 특화 카드 자체의 수익성은 일반 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할인 혜택이 큰 대신 상품 설계 과정에서 협업이 필수적이고, 이용 금액 대비 마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관련 상품을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는 신규 고객을 유입과 함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에 기인한다. 주유 헤택에 일상 영역에서의 할인 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만큼 향후 프리미엄 카드나 연회비가 높은 상품으로 고객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유류비는 운전자라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필수 지출이다. 신용판매 잔액 확대에 꾸준히 기여하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주유 카드는 수익성이 큰 상품군에 속하지는 않는다. 엄밀하게 따지면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한 상품이다"라며 "향후 유가 가격이 진정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연회비와 실적 부담도 크지 않은 만큼, 가정에 한 장 정도씩은 발급하는 것을 권고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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