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에 대해 헌법상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규제의 구체적인 틀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 거래소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핵심 쟁점인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관련해 법률상 상한은 20%로 두되, 시행령에서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예외 범위 내에서 최대 34%까지 보유를 허용하는 구조로 내부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방향은 지난 3일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디지털자산TF 위원 간 비공개 면담에서 논의됐으며 사실상 당내 최종안으로 정리된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민주당이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낸 뒤, 이를 반영한 법안을 다음 주 중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예기간도 즉시 적용 방식이 아니라 법 시행 후 1년에 추가 3년을 더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지분 구조를 조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둔 설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거래소가 단순 플랫폼을 넘어 투자자 자산 보관과 거래 중개, 상장 심사까지 수행하는 등 '준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대주주 영향력을 일정 수준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러한 지분 상한제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주요 거래소 대주주들은 상당한 규모의 지분 정리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약 25.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 코인원은 차명훈 대표가 53.44%, 코빗은 NXC가 60.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구조를 기준으로 하면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배구조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가상자산 산업이 민간 주도의 혁신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거래소 상당수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창업자 중심의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지분 상한제는 산업 경쟁력과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헌법적 정당성이다. 이미 형성된 지분 구조를 사후적으로 조정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 사유재산권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당 규제가 재산권 침해, 직업 수행의 자유 및 기업 활동의 자유 제한, 소급입법 금지 원칙과의 충돌 가능성 등 헌법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에 적법하게 취득한 지분을 사후적으로 처분하도록 강제할 경우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없는 한 위헌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 규제 사례와의 정합성 문제도 제기된다. 입조처 보고서는 유럽연합(EU),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의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체계에서 대주주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의견서를 통해 "이미 형성된 지분율을 사후적으로 특정 수준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방식은 주주자본주의의 기본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형성된 민간 기업의 지분 구조를 법으로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산업 특성과 글로벌 규제 흐름을 충분히 고려한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