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금융위기 이후 첫 1500원 돌파…산업계, 고환율 '촉각'


야간 거래서 '심리적 저항선' 1500원 돌파 후 하락
전문가 "수출 기업 고환율 우호적은 옛말"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이후 치솟는 연기 뒤로 해가 지고 있다. /AP·뉴시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산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올해 사업계획을 통해 원·달러 환율이 반도체 호조와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등으로 내림세를 이어가나, 구조적인 달러화 수요로 낙폭이 제한돼 14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당국도 지난해 말 올해 초 원·달러 환율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주 기업이 가진 달러를 팔기 시작하며 수급 요인으로 환율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연말 대비 수급 요인이 개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산업계 예상보다 고환율 압박이 더 커진 모습이다. 무협에 따르면 기업들이 꼽은 올해 가장 큰 대외 리스크 1위도 미국 관세 인상을 제친 '환율 변동성 확대'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져 추가적인 원·달러 상승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는 전날 전장보다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낙폭은 역대 최대다. 하락률은 2024년 8월 이후 가장 크다.

한국은행은 4일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 상황 점검 TF 회의를 열고 외부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원화 환율과 금리가 경상수지 등 국내 펀더멘탈과 괴리돼 과하게 변동하는지 살펴보겠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전경. /한국은행

철강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료 수입 비용도 상승하는 구조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는데, 고환율이라는 변수가 생기는 셈이다. 항공업계 역시 유가 상승과 함께 고환율은 영업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헷지로 환율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화 파생상품 계약 등을 통해 환율 변동을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 환율 변동 위험은 정기적으로 평가되며 파생상품 계약은 승인된 한도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옛말이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하면 실질적인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해외 바이어에게 단가 인하 압박을 받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표적 수출 기업인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정책 영향으로 총 7조2000억원 부담이 있었다. 다만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환율 효과도 누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60~70원 뛴 배경은 대외요인이다. 증시에서도 빠진 상태"라며 "단기적 발작으로 볼 수 있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어렵게 가는 시작점으로도 볼 수 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면 물가가 흔들릴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수출과 환율 상관관계를 보면 원화가 싸면 수출이 잘돼야 하는데 마이너스가 된다는 의견이 있다. 환율이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시기가 지난 것"이라며 "다만 달러 강세 상황에서 원화만 문제는 아니기에 당국이 상황을 보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앞으로 상당히 원·달러 환율이 불안할 것 같다. 1400원 후반대가 이어질 것 같은데, 기업들은 환율이 불안할 것이라는 점은 예측한 상황에서 중동 쪽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한은은 "외부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원화 환율과 금리가 경상수지 등 국내 펀더멘탈과 괴리돼 과하게 변동하는지 살펴보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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