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안으론 '물가 압박', 밖으론 '중동 전운'…K-푸드 사면초가


정부, 주요 식품사 소집해 물가 안정 동참 요구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물류비 등 증가 부담
공들인 중동 수출길마저 막막

국내 식품업계가 안으로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밖으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원가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고심이 깊어졌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하며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안으로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밖으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이중고가 동시에 터지면서다. 고환율과 물류비 폭등으로 원가 부담은 커졌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인해 가격 결정권마저 잃어버린 기업들의 고심이 깊다.

◆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옴짝달싹 못 하는 업계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내부 압박 요인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가 안정 기조다. 최근 밀가루와 설탕 가격 인하를 계기로 대형 제빵 프랜차이즈들이 선제적으로 제품 가격을 내리면서, 그 여파가 라면, 과자, 식용유 등 타 식품군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이날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주요 식용유 및 식품 업체 관계자들을 소집해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들은 정부의 요구에 맞춰 선제적인 가격 인하 수준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기업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밀가루 단가가 일부 내렸더라도 팜유 등 다른 수입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치솟아 실질적인 비용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원재료값 하락분만 보고 가격을 내리라는 것은 전체 비용 구조를 무시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 호르무즈 봉쇄 공포…환율·유가·물류비 '삼중고' 폭발

이러한 내부의 물가 압박 상황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심화하며 업계의 원가 부담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와 전 세계 해상 물류비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마저 전날 한때 1500원을 돌파하는 등 극도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밀과 옥수수 등 핵심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업계 특성상,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은 생산 단가 및 운송비의 폭발적인 증가로 직결된다. 이는 기업의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고유가, 고물류비라는 삼중고 속에서 업계는 말 그대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며 "그렇다고 해서 마땅한 타개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회사 입장에선 수익성 방어를 위한 고심이 깊다"고 말했다.

중동은 K-푸드의 새로운 수출 돌파구였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할랄 인증을 받은 K-푸드를 주축으로 중동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중동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오뚜기 할랄 진라면 인도네시아 현지 대형마트 내 전용 매대. /오뚜기

◆ 식품업계 '할랄 로드' 차질…"중동 상황 예의 주시"

이뿐만이 아니다. K-푸드의 새로운 수출 돌파구로 여겨지던 중동 시장 진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시장 K-푸드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2.6% 오른 4억1160만달러(약 6000억원)를 기록했다.

그동안 삼양식품, 농심,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이 할랄(Halal) 인증을 앞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해 왔다. 삼양식품은 할랄 인증을 받은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지난해 중동 매출을 32% 늘렸다. 농심도 부산공장에서 할랄 전용 라인을 통해 신라면으로 중동 시장을 개척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망을 넓혀왔으며, 동원F&B 등도 수출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무력 충돌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물류 노선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업들은 오만으로 물류를 우회하거나 해상·육상 복합 물류 서비스를 검토해야 하는 곤경에 처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화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현지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 또는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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