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KB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과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을 내걸며 밸류업 드라이브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에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금융 회장에게도 밸류업의 실질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내놓은 이번 실적의 핵심은 이익과 환원이 동시에 커졌다는 점이다. KB금융은 2025년 연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5.1% 증가한 5조843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4분기 결산 현금배당으로 주당 1605원, 총 5755억원을 결의했고, 이를 포함한 2025년 연간 총 현금배당금은 1조58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2% 늘었다. 연간 주당배당금도 4367원으로 전년 대비 약 37.6% 증가했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소각 1조4800억원이 더해지면서 2025년 연간 주주환원 총액은 3조600억원으로 커졌다. KB금융은 보통주자본(CET1) 비율 연동 주주환원 프레임워크에 따라 총주주환원율이 전년보다 12.6%포인트 상승한 52.4%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적과 자본비율이 버텨준 만큼 환원 여력도 함께 커졌다는 의미다.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KB금융이 가장 공격적인 숫자를 먼저 내놓았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KB 52.4% △신한 50.2% △하나 46.8% △우리 36.6%(비과세 배당 고려 시 39.8%) 수준이다.
실적의 질도 뒷받침됐다. KB금융의 2025년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0.86%로 전년보다 1.1%포인트 개선됐고, 기본 주당이익(EPS)은 1만5437원으로 약 20% 늘었다. 순이자이익은 13조731억원으로 1.9% 증가했고, 비이자이익은 4조8721억원으로 16.0% 확대됐다. 특히 순수수료이익은 4조983억원으로 6.5% 늘었고, 4분기 순수수료이익은 1조145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6.2% 증가했다. 단순히 금리 효과에만 기대지 않고 비은행·자본시장 부문이 이익 기반을 넓혔다는 점에서 밸류업의 지속성에 힘을 보탠다.
이번 발표에서 더 눈에 띄는 부분은 환원의 방식이다. KB금융은 2026년 1차 주주환원 재원으로 총 2조82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2025년 말 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79bp에 상응하는 자본 규모다. 이 가운데 1조6200억원은 2026년 현금배당 총액으로, 1조2000억원은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환원할 계획이다.
또 KB금융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 감액배당(비과세 배당)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주환원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자본비율에 연동된 정례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려는 의지로 읽힌다.
KB금융이 이번 결산배당 규모를 키운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KB금융은 배당성향 25% 요건 충족에 그치기보다 최근 0.8배 이상으로 개선된 PBR 흐름에 맞춰 주주환원 비중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 중심 환원에서 배당 비중까지 함께 높이며, 주주가 체감하는 환원의 폭과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문제는 2026년…양종희 체제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
다만 시장은 숫자 자체보다 '지속 가능성'을 예민하게 보고 있다. KB금융의 2025년 그룹·은행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각각 1.97%, 1.74%로 전년 대비 0.05%포인트, 0.04%포인트씩 하락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이자이익만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KB금융도 올해 가계대출은 제한적 성장세를 예상하면서 가계여신은 수익성 중심으로 관리하고 법인대출 중심으로 성장축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밸류업은 단순 환원 확대가 아니라 수익 구조와 자본 효율을 함께 증명해야 하는 국면으로 넘어간 셈이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AI·반도체, 혁신 SME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자원을 재배분하고, 고객기반과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비즈니스 경쟁력을 가진 계열사를 중심으로 추가 성장 가능 영역을 선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2025년 그룹 영업이익경비율(CIR) 39.3%로 사상 처음 연간 40%를 밑돌았다. 비용 효율화와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지금의 고환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목에서 양종희 회장 체제의 부담도 커진다. KB금융은 2월 25일 이사회에서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지만,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안은 상정하지 않았다. 양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끝난다. 당장 연임 룰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경영 성과와 주주가치 제고 성과가 사실상 차기 거취를 판단할 가장 직접적인 잣대가 될 전망이다.
KB금융이 올해도 실적 체력을 유지하면서 주주환원 확대를 이어간다면 밸류업은 '선언'이 아닌 '체질 변화'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실적이 흔들리거나 환원 기조가 약해질 경우, 역대급 숫자는 오히려 비교 기준이 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 '상단 없는 환원' 재확인…ROE 11% 목표 내건 KB금융
KB금융 주가도 이미 밸류업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은 2월 11일 16만4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장중 16만5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1조3339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고, 금융지주 최초로 PBR 1배를 달성했다. 밸류업 기대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실제 주가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 시선도 대체로 우호적이다. 지난달 KB금융 목표주가를 높인 증권사가 12곳에 달한다. KB금융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8만688원으로, 2월 11일 종가 16만4500원 대비 약 10% 높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월 6일 KB금융 목표주가를 21만6000원으로 상향했고, 대신증권도 같은 달 초 기존 15만1000원에서 19만원으로 25.8% 올렸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2월 6일 목표주가를 16만5000원으로 상향했으며, 하나증권은 2월 9일 KB금융을 주간 선호 종목으로 제시하며 목표주가 17만8000원을 제시했다. 다만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추가 상승의 관건은 더 높은 환원율 자체보다 고환원 정책을 뒷받침할 실적 체력과 CET1 관리가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KB금융은 2025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율 상한선을 따로 두지 않는 기존 방침도 재확인했다. 나상록 KB금융 재무담당(CFO) 전무는 "처음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특정 주주환원율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관리하고자 하는 수준의 CET1 비율을 초과하는 재원은 모두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약속대로 상단이 없는, 열려 있는 주주환원 정책을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익성 목표도 제시됐다. KB금융은 중장기 ROE 목표를 11% 이상으로 잡고, 레버리지 확대 대신 비이자이익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창출력과 해외 사업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ROE 제고의 축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 전무는 "과거처럼 레버리지 확대로 ROE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비이자이익 확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환원 재원의 핵심인 CET1 비율은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KB금융은 상반기에는 생산적 금융 확대 영향으로 자본비율이 다소 횡보할 수 있지만 3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주가 상승분을 반영해 2025년 연간 기준 배당성향 27% 수준의 결산배당을 결정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도 충족해 국민배당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향"이라며 "비과세 배당이 가능한 자본준비금 감액 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PBR 1배에 도달했지만 코스피 평균과 일본 대형은행주 대비로는 여전히 재평가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세제 수혜를 고려한 배당과 적정 수준의 자사주 매입을 병행해 주주환원 정책을 정교하게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