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피가 유례 없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6000선 고지를 눈앞에 뒀다. 과거 2000선에서 3000선까지 도달하기까지 13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경이로운 수준의 랠리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65% 오른 5846.09에 거래를 마쳤으나 장중 최고 5931.86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4일 장에서도 장 초반 하락 전환 후 반등에 성공해 5900선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자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은 더 늘어나는 모양새다. 실제로 전날 개인 투자자들은 1조801억원을 순매수하며 각각 1조961억원, 1421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받아 냈다.
개인 투자자 김 모(38) 씨는 "지수가 5000선을 넘을 때만 해도 곧 꺾일 줄 알았다. 한 달 만에 6000을 본다니 당황스럽다"며 "지금이라도 올라타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최근 만기 된 적금으로 대형주 위주의 매수를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증권가도 코스피의 상승 동력이 마르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코스피 예상 상단을 기존 6000에서 7300까지 상향 조정한다고 24일 밝혔다. 과거 강세장에서 평균 상단이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12배까지 높인 이유에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이익 컨센서스 추가 상향 여력, 밸류에이션 매력, 중립 이상의 외국인 수급 환경을 종합해 보면 지수 상방 재료는 아직 다 소진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급격한 강세에 피로감을 느껴 차익 실현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인 투자자 이 모(43) 씨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 포트폴리오를 전량 매도했다. 그는 "기업의 이익 체력에 비해 지수가 한 달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은 명백한 오버슈팅(과열)이라고 판단했다. 일단 수익을 챙기고 관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수의 상승 온기가 시장 전체로 퍼지지 못하는 질적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중소 상장사 주주 최 모(58)씨는 "뉴스에서는 코스피 6000 시대를 말하며 축제 분위기지만 내 종목들은 지수가 2000대일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오히려 대형주로 돈이 쏠리는 현상 때문에 중소형주들은 거래량조차 마르고 있다. 박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한 달여 만에 '육천피'를 바라보는 시기에서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자동차, 방산 등 특정 섹터의 대형주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수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의 상승에 힘입어 오르고 있지만 전체 상장 종목 중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많은 날이 빈번해지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 숫자에 매몰된 '묻지마 투자'를 하기보다는 상장사 고유의 주가 지표나 펀더멘털, 실적 뒷받침 여부 등과 업종별 순환매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냉정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