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폐막…팀코리아 도전만큼 주목받았던 기업 회장들


최가온 역전 드라마에 신동빈 롯데 회장 활짝
이재현 CJ 회장 '꿈지기 철학' 결실
현장 챙긴 이재용 삼성 회장·조원태 한진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고 있다. 신 회장은 국내 동계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탠 공로를 인정받았다. /롯데그룹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4년 만에 찾아온 겨울 스포츠 축제가 마무리됐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선 팀코리아 메달 투혼과 함께 선수단의 꿈과 도전을 든든히 뒷받침한 기업 회장들의 지원·외교 활동이 크게 주목받았다는 평가다.

제25회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17일간 열전을 마치고 23일 오전 폐회식을 통해 막을 내렸다. 선수 71명 등 130명 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팀코리아는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해 종합 13위에 자리했다.

특히 불모지로 불렸던 스노보드에서 벅찬 감동을 만들어낸 대회였다. 2008년생 고교생 스노보더 최가온(세화여고)이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2차례 넘어지고도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낸 것은 이번 동계올림픽의 최고 명장면이었다. 이밖에 김상겸(하이원)은 평행대회전 은메달을 따내 이번 올림픽의 한국 첫 메달 주인공이 됐다. 유승은(성복고)은 여자 빅에어 동메달을 목에 걸며 여자 스노보드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러한 성과와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된 인물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깜짝 활약이 아닌 신 회장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을 통한 이유 있는 성과라는 설명이다. 학창 시절 스키 선수로 활동한 신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장을 맡아 설상 종목 경쟁력 강화와 저변 확대에 공을 들였다. 롯데그룹은 현재까지도 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은 한국 설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먼저 선수들의 포상금 규정을 확대했고, 설상 종목 강국인 미국·캐나다·핀란드 스키협회와 협약을 체결해 기술·정보 교류를 시작했다. 특히 꿈나무 지원 제도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최가온과 같이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일찌감치 발굴, 육성하기 위해 국가대표·국가대표 후보 외 청소년, 꿈나무까지 4단계로 나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직접적인 지원을 위해 지난 2022년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최가온과 유승은 모두 해당 팀 소속이다.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 관계자는 "신규 영입한 선수는 계약 후원금 외 영어 교육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며 "팀 운영을 통해 지도자, 피지컬 트레이너 등이 함께하면서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고, 협회 차원에서 맞춤 후원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스키·스노보드 종목에만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투입한 금액까지 더하면 800억원 이상이다. 신 회장은 2024년 초 스위스 월드컵 도중 허리 부상으로 현지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던 최가온의 상황을 듣고 별도 수술·치료비 7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최가온은 금메달 획득 후 "(신 회장이) 가장 힘든 시기에 응원과 후원을 해주셔서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뒷줄 오른쪽에서 4번째)이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IOC 주관 올림픽 갈라 디너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대통령실 홈페이지

신 회장은 꽃·케이크, 축하 메시지가 적힌 선물을 전달하는 등 이번 동계올림픽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선수들을 챙겼다.

최가온의 활약과 관련해 신 회장뿐만 아니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물밑 지원도 관심을 받았다. 유망 선수의 꿈을 응원하는 이 회장의 '꿈지기 철학'을 바탕으로 CJ그룹 역시 2023년부터 최가온을 후원해 왔다. 대한체육회의 공식 후원사인 CJ그룹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팀코리아의 식단을 책임지기도 했다.

직접 올림픽 현장을 찾은 기업 회장들도 있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국의 스포츠 외교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5일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국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올림픽 갈라 디너 일정을 소화했다. 국내 유일의 올림픽 최상위 후원사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이 회장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 JD 밴스 미국 부통령, 빌럼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 리둥성 TCL 회장 등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삼성의 올림픽 후원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대를 이어 30년째 지속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로컬 스폰서로 시작해 1997년 톱 후원사 계약을 체결한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외교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회장은 2018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후원 계약을 2028년 미국 LA 올림픽까지 연장하며 선대회장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이 선대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은 지난 4일 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145차 IOC 총회 집행위원 선거에서 IO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IOC 집행위원회는 올림픽 개최지 선정 절차를 관리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김 사장이 국제 스포츠 외교의 지평을 넓힌 셈이다.

또한, 삼성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90개국 3800여명의 선수 전원에게 '갤럭시Z플립7 올림픽 에디션'을 제공했다. 이후 선수들이 이 제품을 통해 '빅토리 셀피'에 참여하며 서로 소통하는 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인들의 눈길을 끌었던 장면 중 하나다. '빅토리 셀피'는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한 영광의 순간을 시상대에서 직접 셀피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때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면서 삼성이 올림픽 시상식의 빼놓을 수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올림픽 현장을 방문했다. 대한체육회 부회장 자격으로 일부 종목 경기장을 찾아 팀코리아 선수단을 응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선수촌을 방문해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단에 격려금을 전달한 바 있다.

한진그룹의 스포츠사랑은 각별하다. 선대회장인 故 조양호 회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유치위원장을 맡아 대회 유치를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외교전을 펼쳤다. 유치 확정 이후에는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대회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한진그룹은 빙상을 포함해 배구와 탁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에 대한 장기 후원도 이어가고 있다.

rock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