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 논의가 맞물리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연구개발(R&D) 재투자에 무게를 두며 배당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기조에서 벗어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결산 현금배당을 확대하거나 신규 배당에 나섰다. 파마리서치는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1700원, 총 428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25% 수준이다. 명인제약도 1주당 1500원, 총 219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의결하며 배당성향을 27%까지 끌어올렸다.
유한양행은 주당 배당금을 500원에서 600원으로 20% 인상해 총 449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JW중외제약 역시 주당 500원(우선주 525원)으로 배당을 늘렸다. 종근당, GC녹십자, 한미약품 등도 지난해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했으며, 올해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익 궤도에 오른 바이오 기업들의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알테오젠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주당 371원, 총 2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셀트리온제약과 일동제약도 각각 1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1주당 750원의 현금배당과 함께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으며 주주환원 정책을 한층 강화했다.
특히 자사주 소각은 상법 개정안 논의와 맞물려 확산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보유 물량을 정리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보유 자사주 가운데 상당 물량을 소각하고 일부는 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한양행, 휴젤, 파마리서치 등도 수백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잇달아 소각했다.
배당 확대 배경에는 세제 인센티브도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주주환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등을 도입해 기업의 자발적 가치 제고를 유도하고 있다. 배당성향을 25%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배당을 확대할 경우 절세 효과를 통해 주주와 기업 모두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 맞교환 등 우호 지분 확보 전략이 병행되는 점에 주목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제3자와 교환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식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주주가치 제고 취지와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은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면서도 "다만 소각과 맞교환 등 다양한 방식이 혼재하는 만큼, 시장과 소액주주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기업별 주가와 기업가치에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