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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정리=공미나 기자] -다음은 이번 주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빗썸의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짚어보겠습니다. 단순 전산 사고로 치부하기에는 파장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무엇입니까.
-표면적으로는 단위 입력 실수에서 비롯됐습니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보상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695명에게 개인당 지급할 2000원 상당의 보상을 ‘2000 BTC’로 잘못 입력했습니다. '원(KRW)'으로 기재해야 할 금액을 'BTC' 단위로 오입력하면서 총 62만 비트코인이 이용자 계정에 잘못 반영됐고, 당시 시세 기준 약 60조원에 달하는 '유령 자산'이 내부 장부상 생성됐습니다. 단순한 오타나 계산 착오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핵심은 그 실수가 구조적으로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단순 입력 오류라면 일회성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빗썸이 실제로 보유한 비트코인은 175개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3500배가 넘는 수량이 내부 장부에 반영됐고, 일정 시간 동안 실제 매매까지 가능했습니다. 이는 단순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실수를 구조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시스템 설계의 문제입니다. 정상적인 금융 시스템이라면 보유 자산을 초과하는 지급이나 거래는 자동적으로 차단돼야 합니다.
-왜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가능했습니까.
-중앙화거래소(CEX)의 구조 때문입니다. 고객 잔고는 블록체인(온체인)에 직접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DB)에 기록됩니다. 온체인 지갑에 실제로 존재하는 자산과 내부 장부 잔액이 완벽히 실시간 연동되지 않는다면, 보유량을 초과하는 숫자가 생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온체인 보유 수량과 장부 수량을 실시간으로 교차 검증하는 통제 장치가 충분히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시장 반응은 어땠습니까.
-오지급 물량 일부가 매도로 이어지면서 사고 당시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은 약 20분 만에 17% 급락했습니다. 이는 단순 변동성이라기보다는 시스템 신뢰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움직임이었습니다. 빗썸은 즉시 입출금을 중단했고, 추가 확산을 막았지만 약 125 BTC(약 130억원) 상당이 외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 측은 오지급 물량의 99% 이상을 회수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심리에는 적지 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투자자 신뢰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가상자산 시장은 신뢰가 곧 유동성입니다. "거래소 장부를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순간 자금은 빠르게 이동합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산을 해외 거래소로 분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도 나왔습니다. 특히 글로벌 위험자산 약세와 맞물리며 비트코인이 심리적 지지선 아래로 밀린 상황에서 이번 사고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논란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정무위에서는 이번 사고를 단순 전산 오류가 아닌 '내부통제 붕괴'라는 표현으로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아무런 통제 장치와 내부 감시 시스템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규모와 승인 체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습니다. 이는 단순 사고 경위 파악을 넘어 거래소를 금융기관 수준으로 감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도적 질문으로 확장됐습니다.
-규제 논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까.
-충분히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전 거래소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업계는 산업 경쟁력 위축을 우려하며 반대해왔지만, 이번 사태는 규제 강화에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전반에는 어떤 파장이 예상됩니까.
-이번 사건은 빗썸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화거래소 모델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업계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업계 1위 사업자인 두나무와 네이버 간 포괄적 주식교환 논의 역시 지분 제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내부통제 수준과 지배구조는 향후 합병 심사나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빗썸의 기업공개(IPO) 계획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체계는 중요한 평가 항목입니다. 과거 오지급 사례까지 재조명될 경우 일회성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고, 이는 기업가치 산정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감독당국의 제재 수위에 따라 일정 조정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결국 이번 사태가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무엇입니까.
-가상자산 거래소를 금융 인프라로 인정한다면, 그에 걸맞은 통제와 감독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실시간 보유자산 증명(Proof of Reserves), 온체인-장부 교차 검증, 다중 승인 체계, 한도 초과 자동 차단 시스템 등이 금융기관 수준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번 빗썸 오지급 사태는 단순한 전산 사고를 넘어 중앙화거래소 구조의 취약성과 감독 공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동시에 내부통제 강화와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가상자산 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