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K-뷰티 대표 3사의 북미 성적표가 엇갈렸다. 국내 대표 뷰티 기업들이 미국을 차세대 격전지로 낙점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과 에이피알은 외형과 수익성을 끌어올렸지만 LG생활건강은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3555억원, 영업이익 17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7%, 62.8%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47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고 영업손실은 72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해외 매출은 연간 2조1377억원으로 1.2%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과 일본 매출이 각각 7.9%, 6% 증가했지만 중국 매출이 16.6% 감소하며 전체 해외 매출은 5% 줄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대한 리밸런싱(재구조화)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 2019년 북미 화장품 기업 에이본(옛 뉴에이본)을 145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1900억원), 2021년 헤어케어 브랜드 보인카 지분 56%(1170억원), 2022년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1458억원) 등을 잇달아 품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에이본은 인수 다음 해인 2020년을 제외하고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The Avon Company'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933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으며 당기순손실은 279억원이다. 방문판매 중심 모델이 현지 소비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지난해 3월에는 매각설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에이본 매각은 언론에서 추정 보도한 내용이며 회사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본은 인력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강화 등 강도 높은 사업 재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인카와 더크렘샵 역시 실적을 이끌기에는 아직 체급이 작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 인수 브랜드의 경우 예년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미 시장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LG생활건강은 M&A 외에도 유통 채널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뷰티 시장인 북미에서 온라인 1위 커머스 채널인 '아마존'과 대표 오프라인 채널 '코스트코'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 중이다.
현재 '닥터그루트'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코스트코 682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더페이스샵'은 미국 대형마트 체인 '타겟(Target)'에 클렌징 라인을 입점시켰다. 더마 브랜드 CNP는 울타 뷰티 온·오프라인 채널에 동시 입점했다.
아울러 LG생활건강은 국내에서도 면세 채널 비중을 8% 수준까지 낮추고 전통 채널을 축소하는 대신 온라인·H&B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효율화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단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4조6232억원, 영업이익 3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 52.3% 증가했다. 해외 매출은 15% 늘었고 영업이익은 102% 급증했다. 특히 미주 매출은 6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라네즈, 에스트라 등 브랜드 다각화와 채널 확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에이피알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 1조5273억원, 영업이익 365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1%, 198% 늘었다. 해외 매출은 1조2258억원으로 207% 증가했고 비중도 80%까지 확대됐다. '메디큐브'는 울타 뷰티 1500여개 매장에 입점한 뒤 판매량이 312% 급증했으며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은 글로벌 누적 판매 600만대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은 올해 목표를 'Science Driven Beauty & Wellness Company (과학에 기반한 뷰티·건강 기업)'으로 제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체질 개선과 수익성 확보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의존도를 얼마나 빠르게 낮추는지와 북미에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느냐가 향후 상승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