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에게 지배구조 혁신을 더욱 과감히 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핵심성과지표(KPI) 체계에서도 소비자보호 중심의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등 소비자보호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12일 오후 명동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달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올해 1월 초부터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확보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운영 중에 있는데, 이에 앞서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주문이다.
TF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CEO 승계 절차 △임원의 성과보수체계 논의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논의를 통해 도출된 개선 방안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을 미룰 이유는 없다"면서 "은행장님들부터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망설임 없이 언제라도 추진해 주시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반드시 고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찬진 원장은 또 소비자보호 체계 강화에 대해서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어떤 일보다 소비자보호를 가장 먼저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이익을 보거든 그보다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자세를, 은행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감원은 조직을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재편했고, 지난 12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에 따라 가용한 모든 역량을 금융소비자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은 무엇보다 먼저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상품 설계·심사 및 판매의 전 과정을 '소비자보호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비해 주시고, 이에 걸맞는 소비자보호에 중점을 둔 KPI 체계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부터 금감원은 리스크 기반의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로 전면 전환하고, 모니터링→위험 포착→감독‧검사→시정·환류로 이어지는 '리스크 기반 소비자보호 감독체계'를 구축한다.
또 정기 검사 시에 '소비자보호 검사반'을 별도로 편성하는 한편 '금융소비자보호실태 평가' 체계를 개편하는 등 사전적으로 상품 설계·심사 및 판매의 전 과정을 소비자보호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이 원장은 포용적 금융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은행권이 그간 소외 받았던 국민들까지 너그러이 포용할 때"라며 "더 이상 은행권이 ‘잔인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관행적인 소멸시효 연장은 재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은행권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최근 도입된 '생계비 계좌',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장기분할 프로그램' 등 채무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는 적극적으로 안내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도 외상매출채권 담보 대출, 선정산 대출 등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자금흐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계 공급망 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포용금융 종합평가 체계'를 도입해 은행권의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영업 관행에도 깊이 스며들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이찬진 원장은 "우리나라 경제는 부동산 관련 대출 쏠림으로 인해 혁신기업이나 첨단 제조업, 미래 서비스 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의 자금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은행권이 부동산 담보 대출 같은 손쉬운 이자 장사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청년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생산적 자금 공급에 앞장서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의 하향 안정화를 목표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고, 자본 규제를 합리화해 은행의 자금이 생산적인 산업으로 흘러 가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찬진 원장은 "AI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등 금융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은행은 물론이고, 감독 당국에도 큰 도전"이라며 "급변하는 환경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인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 그리고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효율적인 감독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