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구상권 2차전?…신한證, 공동책임 판결에도 항소 '시간끌기' 논란


구조 책임 판단에도 법리 다툼…TRS·PBS 관여 다시 쟁점
우리은행·미래에셋 이어 하나은행도 1심 일부 승소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의 327억원대 공동책임을 인정하자 회사 측은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신한투자증권

[더팩트|윤정원 기자] 라임 사태 책임 공방이 다시 항소전으로 넘어갔다. 1심이 신한투자증권의 공동책임 범위를 327억원대로 특정하자 신한투자증권은 즉시 항소 방침을 밝혔다. 피해자 배상 이후에도 금융사 간 비용 정산이 법정에서 반복되는 가운데 이번 항소를 두고 "또 시간을 끈다"는 시선이 함께 따라붙고 있다.

12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지난 5일 민사합의15부(재판장 윤찬영)는 하나은행이 라임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옛 신한금융투자) 등을 상대로 낸 파산채권 확정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파산채권을 389억1575만원으로 확정했다.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이종필 씨는 364억3552만원을, 신한투자증권과 임일우 전 PBS사업본부장은 327억9197만원을 각각 라임 측과 공동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판결 직후 항소 계획을 공개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나 법리적으로 다룰 여지가 존재하여 항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심 판단이 나온 직후 곧바로 불복 절차로 넘어가면서 라임 관련 소송은 다시 2심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

하나은행은 2022년 1월 라임 펀드 판매로 손해를 봤다며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364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라임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 뒤에는 손해배상뿐 아니라 채권 확정 문제가 함께 얽히면서 소송의 형태가 더 복잡해졌다. 이번 판결은 그 절차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피고별 공동책임 범위를 수치로 못 박았다.

◆ "책임 범위 특정" 직후 항소…쟁점은 '구조 관여'

이번 판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판매사 책임이 아니라 구조 관여가 다시 전면에 섰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이 문제 삼아온 핵심은 라임 펀드 판매로 인한 손실 자체뿐 아니라, 운용사와 함께 펀드 구조를 뒷받침한 주체들이 손실 확산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다.

라임은 2017년 5월부터 펀드 투자금과 TRS 자금을 활용해 해외무역금융(IIG 등) 펀드에 투자했고, 부실이 드러나며 환매중단 사태로 번졌다. 고객 손실 규모는 1조6000억원대로 거론돼 왔다. 판매사들은 금융당국 분쟁조정 국면에서 배상 권고를 수용해 투자자 배상을 진행했지만, 이후에는 운용사·구조 제공 주체를 상대로 비용을 되돌려 받기 위한 소송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신한투자증권이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접점이 PBS와 TRS다. PBS는 운용 구조의 기반에 가까운 업무다. TRS는 자금 지원과 담보 관리가 결합되는 구조로, 리스크 관리의 수준과 개입 정도가 쟁점이 되기 쉽다. 1심에서 공동책임이 특정된 만큼 2심에서도 단순 거래 제공이었는지, 불법 행위에 대한 공동 관여였는지가 공방의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은 회사 책임과 함께 임원 개인 책임이 함께 적시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임일우 전 PBS사업본부장이 피고로 특정되면서 TRS·PBS 제공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라인, 리스크 한도·관리 체계, 이상 징후 인지 시점, 사후 조치의 적정성 등이 항소심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가 "조직 차원의 거래"로 방어하더라도, 개인 피고가 함께 등장하면 판단의 초점이 실제 의사결정의 디테일로 더 파고들 수밖에 없다.

◆ "배상은 먼저, 정산은 나중"…구상권 소송의 장기화

라임 사태는 피해자 배상과 비용 정산이 서로 다른 시간표로 움직였다. 분쟁조정은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절차였고, 구상권 소송은 금융사들 사이에서 손실 부담을 다시 가르는 절차다. 배상이 먼저 진행될수록 이후 소송의 핵심은 '누가 얼마나 책임질 것인가'로 옮겨간다.

이번 판결도 그 흐름 위에 있다. 하나은행은 고객 배상 이후 운용사와 구조 제공 주체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번에 파산채권을 확정하면서 신한투자증권 측의 공동책임 범위를 수치로 적시했다. 하지만 항소로 넘어가면 판단은 다시 뒤집힐 수 있고, 비용 귀속도 확정되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이 지점에서 법리 다툼과 신뢰 회복이 충돌한다고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항소는 절차상 권리지만, 1심에서 공동책임이 특정된 뒤 곧바로 항소로 가면 시장은 법리보다 태도를 먼저 본다"며 "라임처럼 신뢰가 핵심인 사건에선 시간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붙기 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피해자 배상 이후에도 계속 소송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되면, 사건이 과거형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금융사들만 서로 책임을 떠미는 장면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 우리은행·미래에셋 1심 이어 또…'항소 카드'가 남기는 인상

신한투자증권의 라임 관련 구상권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 우리은행과 미래에셋증권이 신한투자증권과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도 1심에서 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 당시 인정된 배상액은 우리은행 453억2326만원, 미래에셋증권 90억826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당시에도 항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건마다 원고와 청구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1심에서 책임이 일부 인정된 뒤 항소로 이어지는 장면이 반복되면 라임 비용 정리가 계속 미뤄지는 인상만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처럼 1심 판결 직후 회사가 존중을 언급하면서도 즉각 항소를 예고하면 시장에선 책임을 다투는 태도 자체가 이슈가 될 수 있다. 항소심에서 일부 감액을 이끌어내더라도 라임이라는 사건명은 그대로 남고 회사 이름은 다시 함께 불린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구상권 소송은 결국 돈의 문제지만 금융사는 돈보다 신뢰가 더 비싸다"며 "라임처럼 사건이 사회적으로 각인된 사안에선 항소가 반복될수록 회사 이름이 계속 같은 프레임으로 호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남는 건 법리의 승패보다도 그 과정에서 보여준 책임 대응의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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