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호실적 속 이주노동자 딜레마…"민관, 중장기적 관점 고민 필요"


2024년 기준 10명 중 2명은 이주노동자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한국 조선산업 노동력 구성에서 이주노동자 비중은 2007년 3.2%를 차지했으나 해마다 늘어나면서 2024년 22.7%로 집계됐다.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 /HJ중공업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조선업계가 '이주노동자'라는 고차방정식 해법 찾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당장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주노동자가 필요하지만 지속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민관이 중장기적 관점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부러워하는 위험한 조선업 일자리, 한국인들은 외면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이 협력 대상으로 꼽은 한국 조선업은 정작 내국인이 기피하면서,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한국 조선산업 노동력 구성에서 이주노동자 비중은 2007년 3.2%를 차지했으나 해마다 늘어나면서 2024년 22.7%로 집계됐다. 2022년 11.6%로 10%를 뛰어넘더니 2023년 19.9%, 2024년에는 22.7%까지 확대됐다.

업체별 이주노동자 규모를 보면 지난해 HD현대중공업 4312명, 한화오션 3892명, HD현대삼호 3637명 등이다. 2024년 삼성중공업도 3851명, HD현대미포(2025년 HD현대중공업에 합병) 2300명 등으로 집계돼 상당한 규모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철강업과 함께 산업재해 위험도가 큰 조선업은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이에 이주노동자 유입은 꾸준히 늘었다. 윤석열 정권 시절인 2022년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며 외국인력 도입 확대 정책을 펼쳤고, 이주노동자 비중은 더 확대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HD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2024년 첫 외국인 현장 반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출신 쿠마라 씨는 HD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에서 근무하며 현장 반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인력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유지하며 국내에서 숙련된 인력을 양성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조선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숙련 인력을 키워야 하는데 지금의 분위기 속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 사업장이 있는 울산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사업장이 있는 경남 거제 지역에서는 산업은 활기를 띠는데 지역 상권 활성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그 온기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우려다.

업체별 이주노동자 규모를 보면 지난해 HD현대중공업 4312명, 한화오션 3892명, HD현대삼호 3637명 등이다. 2024년 삼성중공업도 3851명, HD현대미포(2025년 HD현대중공업에 합병) 2300명 등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

이선동 울산 동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 9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K-조선 타운홀미팅에서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기숙사 중심으로 생활하며 급여 대부분을 해외에 송금한다. 산업은 살리고 지역은 외면하는 정책 구조에 경제부담은 소상공인만 떠안는다"라고 했다.

이에 정부는 이주노동자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타운홀미팅에서 "E-7(숙련 기능인력) 비자가 무한 확대돼 원청 일자리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현장에서 이주노동자 비중을 줄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부가 이주노동자 비중 축소를 시사했으나, 단기간에 줄이면 공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이주노동자 인력을 줄이면 당장 큰일은 안 생기겠지만 불편한 점이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갑작스럽게 축소를 줄이기보다는 상황을 보고 추진해야 할 것 같다"라며 "궁극적으로는 국내 숙련 인력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각 업체도 숙련 인력 양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추격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 자동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력 문제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라고 봤다.

이주노동자 정착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안정적인 체류가 보장된 이주노동자에 긍정적인 장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심층 면접조사 결과 가족과 동반 거주하며 노동을 제공하는 이주노동자 집단에서는 지역사회에 적응을 전제로, 더 안정적인 체류와 노동으로 장기적인 삶의 경로를 기획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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