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경영권 분쟁 시동 거는 영풍·MBK…집행임원제 등 제안


'경영 능력 입증' 최윤범 vs '거버넌스 개선' 영풍·MBK

영풍·MBK는 12일 고려아연에 이사 총주주 충실 의무 정관 반영과 집행임원제 도입, 발행주식 액면분할 등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위)과 고려아연 본사. /더팩트 DB·고려아연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집행임원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최윤범 회장 측이 미국 정부와 손잡으며 지분율 열세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영풍·MBK가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다시 지피는 모양새다.

영풍·MBK는 12일 고려아연에 이사 총주주 충실 의무 정관 반영과 집행임원제 도입, 발행주식 액면분할 등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오는 20일까지 안건별 수용 여부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영풍·MBK는 지난 2024년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영협력계약 체결 사실을 공개하며 최 회장 측과의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임시주주총회와 3월 정기주총에서 최 회장 측의 영풍 의결권 행사 제한으로 표 대결에서 밀려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영풍·MBK는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제출하고 오는 20일까지 회신을 요구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다시 지폈다. 구체적으로 이사 주주 충실의무 정관 반영과 집행임원제 도입, 액면분할,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등을 주주제안 내용에 담았다.

3년 차에 접어든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MBK는 다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이 지난해 말 미국 정부와 손잡고 현지에 제련소를 세운다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미국 합작법인 크루서블은 약 10% 지분을 얻었고 영풍·MBK 지분은 희석됐다.

영풍·MBK의 이번 움직임은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올해 주총에서 승부를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것이 '이사 주주 충실 의무' 정관 반영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그동안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수행했으나 앞으로는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하자는 내용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정부·여당은 상법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이사 주주 충실 의무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정관 반영 주장은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또한 영풍·MBK는 집행임원제 도입 카드도 재차 꺼냈다. 영풍·MBK는 집행임원제 도입을 요구했으나 지난해 1월 임시주총에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 측이 호주 법인인 손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며 영풍 의결권을 제한하면서다.

장형진 영풍 고문(오른쪽 첫번째)이 지난해 10월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병원을 나서는 모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장 고문을 배웅했다. /최의종 기자

집행임원제는 이사회 감독 기능 강화와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등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경영 효율성 저하와 불필요한 규제 증가 등 단점도 있다. 최 회장 측이 우위를 점한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상 경영권 확보가 힘든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영풍·MBK는 주총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의장이 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풍·MBK가 지난해 주총에서 패배한 핵심 원인은 영풍 의결권 제한이었다. 당시 최 회장 측 인사인 박기덕 사장이 의장으로서 영풍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를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다.

다음 달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선임 안건이 핵심 관전 요소다. 최 회장 등 현 경영진 5명과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영풍·MBK 측 1명 등 총 6명 이사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최 회장 측은 수성을, 영풍·MBK는 우호적 인사를 최대한 이사회에 진입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영풍·MBK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권광석 씨 등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박병욱 후보와 최연석 MBK 파트너스 파트너, 사외이사 후보로 오영·최병일·이선숙 후보를 추천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미국 정부 합작법인이 지분 약 10%를 확보하면서 이사회 구성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 측은 미국 정부와 손잡는 등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최근 호실적을 거둔 점 등을 강조할 전망이다.

환경 오염 논란과 홈플러스 사태 등 약점이 있는 영풍·MBK는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신주발행 시 이사회가 총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주제안이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다음 달 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만큼 대응 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총과 관련한 이사회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안건은 주주 이해관계와 맞닿아 수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는 오는 20일 이후 고려아연이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며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지난해 주총 직전 법원 판단에 흐름이 바뀐 상황에 재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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