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을 자회사로?…"삼천스닥 발판" vs "투기판 제도화" 찬반 팽팽


당정, 거래소 지주회사·코스닥 자회사 분리 법안 추진 공감대
거래소 노조 "상장 남발, 투기 부르는 '닷컴버블의 재림" 반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거래소를 지주화하고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법인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찬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삼천스닥(코스닥 3000포인트)' 달성을 위해 코스피 중심의 단일 거래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상장 남발을 제도화해 투기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정면으로 맞서는 추이다. 일각에서는 부실·좀비기업 퇴출 등 시장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당정 코스닥 분리 법안 공감대…노조 "닷컴버블 재림" 반발

11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장 구조 개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을 발의했다. 코스닥 시장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각각 독립적인 운영체제를 갖추고 시장 특성에 맞는 상장·퇴출 기준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운영함으로써 시장별 특성에 맞춘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거래소 전반에 대한 제도 개혁을 주문한 이후 여당 차원에서 구체화된 입법 움직임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인 거래소 개혁을 지시했다"며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등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스닥이 독자 생존력을 갖춘다면 3000시대도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묻자 "코스닥도 코스피처럼 제도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김태년 의원의 안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대책을 마련해 입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엇갈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는 성명을 내고 "코스닥 분리는 상장 남발과 투기를 부르는 '닷컴버블의 재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코스닥 자회사 전환은 투자자 보호 강화가 아니라 투기판의 제도화에 가깝다"며 "수익 구조가 취약한 자회사는 결국 '묻지마 상장'으로 버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코스닥의 역할은 지수 급등이 아니라 혁신기업 육성"이라며 "시장 감시 기능이 분리되면 자율 규제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감시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 분리로 비용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정치권 낙하산 인사 통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노조는 "글로벌 주요 거래소는 시장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오히려 시장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거래소는 관치금융의 실험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정에서 추진되고 있는 코스닥 분리 법안을 두고 삼천스닥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라는 주장과 상장 남발을 부르는 투기판의 제도화라는 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코스닥 체질개선 정책 성과 나오기도 전...'시기상조' 우려도

일각에서는 인위적 지수 부양보다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상장 유지 요건 강화 등 구조조정 정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장 유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코스닥 상장사는 시가총액 150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하며, 내년에는 200억원, 이후 300억원까지 기준이 상향된다. 매출액 요건도 올해 30억원에서 2029년 1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과 개선기간 부여를 거쳐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실제 상장폐지 기업 수는 증가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은 2023년 8곳에서 2024년 20곳, 2025년 38곳으로 늘었다. 상장 유지 요건 강화가 본격 적용되는 올해 이후에는 이 수치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부실 기업 정리와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가 1800개에 달하는데 적자 기업 비중도 상당하다"며 "기업 펀더멘털 개선 없이 지수만 3000선에 도달한다면 변동성과 위험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장 기업의 본질 가치 제고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수 상승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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