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제안서 열지도 않았는데"…성수4지구, 유례없는 유찰에 '정당성 논란'


경쟁입찰 하루 만 유찰→재입찰 공고→취소
대우 "롯데 제안서 검토조차 거치지 않아 심히 유감"
성동구 "조합에 행정지도 예정"

성수4지구 조합은 지난 10일 대우건설의 서류 미비를 이유로 시공사 선정 유찰 결정을 내렸다. 직후 시공사 선정 2차 입찰을 공고했지만 다시 이를 취소했다. 사진은 성수4지구 전경. /대우건설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재개발 시공자 선정 입찰이 마감 하루 만에 유찰 처리됐다. 조합은 대우건설의 입찰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우건설이 법적 절차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4지구 조합은 지난 10일 대우건설의 서류 미비를 이유로 시공사 선정 유찰 결정을 내렸다. 직후 시공사 선정 2차 입찰을 공고했지만 이를 다시 취소했다.

조합은 취소 사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유찰 이후 대우건설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정비업계에서는 경쟁입찰이 성립된 직후 별도의 보완이나 평가 절차 없이 곧바로 입찰을 종료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경쟁입찰이 성립된 경우 제안서 비교와 보완 절차를 거쳐 최종 평가가 진행되지만 이번 사례는 이러한 과정 없이 즉시 유찰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조합은 지난 9일 입찰을 마감했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조합은 다음 날 대우건설이 일부 분야 도면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을 유찰 처리했다고 통보하고 곧바로 2차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조합은 대우건설이 '흙막이, 전기, 통신, 구조, 조경, 소방, 기계, 부대 토목' 분야 세부 도면이 제출되지 않아 문제가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입찰 단계에서 반드시 제출해야 할 필수 항목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던 만큼 당초 요구되지 않았던 서류를 이유로 입찰을 종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 역시 "성수4지구 입찰지침과 입찰참여안내서에는 '대안설계 계획서(설계도면 및 산출내역서 첨부)'만을 요구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별 세부 도서 제출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 입찰 단계는 실시설계가 아니라 개념 설계와 공사비, 사업 수행 능력을 비교하는 단계"라며 "특정 분야 세부 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유찰에 따른 법적 쟁점도 뒤따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례에 따르면 입찰 이후 사후적으로 기준을 적용해 경쟁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과거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일부 설계도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례도 있다.

특히 경쟁입찰의 핵심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경쟁사인 롯데건설의 제안서는 개봉조차 되지 않은 채 입찰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입찰의 목적이 여러 시공사의 조건을 비교해 최적의 선택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안서 검토 없이 입찰을 종료한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입찰의 핵심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쟁사인 롯데건설의 제안서는 개봉조차 되지 않은 채 입찰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대우건설이 성수4지구 조합에 제안한 조감도.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지난 10일 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제출한 대안설계 도서가 입찰 지침상 하자가 없음을 소명했음에도 경쟁사인 롯데건설의 제안서에 대해서는 동일한 기준의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채 당사만을 특정해 유찰 처리한 것은 극히 편향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사의 입찰 제안서를 공공지원자 배석 하에 즉시 개봉해 서류 미비 및 지침 위반 여부를 가려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이 유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나 대의원회 등 내부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입찰 유효성 판단은 조합 재량 영역이지만 그 재량 역시 정관과 절차 범위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며 "이사회나 대의원회 의결 없이 유찰을 결정했다면 향후 절차 위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성동구청 관계자는 "성수4지구 조합에 시공사 선정 기준에 맞게 절차를 준수하고 특정 업체에 유리하지 않게 공정하게 입찰하라고 행정 지도할 예정"이라며 "현재 절차상 재공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조합은 향후 시공사 선정 유찰과 재입찰를 위한 이사회·대의원회 등의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의원회 결과에 따라 1차 입찰 유찰을 취소하고 기존 일정대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 성수4지구 조합원은 "조합장이 성수 재개발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신했는데 이번 유찰로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며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조합이 부담을 떠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성수4지구 재개발은 서울 성동구 성수2가1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64층 1439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원 수가 750여 명으로 4개 지구 중 가장 적어 사업 속도,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하고 영동대교를 통한 강남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사비는 약 1조3628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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