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사람은 통화하다가 1초 정도 끊겨도 참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백억 개의 기계(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등)에게 찰나의 '단절'은 곧 대형 사고입니다. 그래서 통신 사업자에게 '자율 운영 네트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권준혁 LG유플러스 네트워크부문장 부사장은 지난 10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자율 운영 네트워크(Autonomous Network)' 전략을 발표하며 단순 자동화를 넘어선 완전 자율화 단계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LG유플러스가 제시한 자율 운영 네트워크는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네트워크의 인지·분석·판단·조치를 수행하는 개념이다. 이날 기술 발표를 맡은 박성우 네트워크 AX그룹장 상무는 "넓은 국사(통신 설비 시설)에 있는 수만 개의 장비는 고장이 나도 '저 여기 아파요'라고 손을 들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먼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자체 통합 플랫폼 '에이아이온(AION)'을 구축했다. 박 상무는 "과거에는 기지국 안테나의 빔 패턴(신호 방향 및 폭)을 조정하려면 사람이 일일이 계산해야 했지만, 지금은 AI가 12만 가지 패턴 중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자동으로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세계불꽃축제 당시 이 기술이 빛을 발했다. 수십만 인파가 몰려 트래픽이 폭증하자,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인근 수백 개 기지국의 설정을 자동으로 최적화했다. 박 상무는 "숙련된 엔지니어라도 수백 개 기지국을 동시에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초급 엔지니어도 자연어로 명령만 내리면 AI가 복잡한 제어를 대신 수행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AI 도입 확대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재진의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 부사장은 "인력 재배치나 감축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AI 도입의 목적은 구성원들이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고객 가치를 높이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라며 "실제 현업 베테랑들이 AI 에이전트 개발에 직접 참여하며 업무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국사 관리에 투입된 자율주행 로봇 'U-BOT(유봇)'의 구체적인 정보도 공개됐다. 이상헌 네트워크선행개발담당은 "유봇은 LG전자 관계사 '베어로보틱스'의 하드웨어에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탑재한 결과물"이라며 "현재는 바퀴 달린 주행형 로봇이 모니터링을 담당하지만, 향후 직접 장비를 조작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사 내 안전 문제를 고려해 휴머노이드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자사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강조했다. 글로벌 통신 협의체 'TM포럼'으로부터 국내 통신사 최초로 '액세스 장애관리' 영역에서 레벨 3.8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레벨 4(완전 자율화 직전 단계)에 근접한 수치다.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상헌 담당은 "경쟁사의 정확한 내부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 TM포럼 인증을 받고 대외적으로 검증된 성과를 발표하는 곳은 국내에서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LG유플러스는 오는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6'에서 총 15종의 AI 에이전트를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권 부사장은 "현재는 AI가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돕는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AI가 스스로 의도를 생성하고 판단하는 레벨 4~5 단계까지 진화할 것"이라며 "다만 망 안정성을 위해 조치 권한을 AI에게 넘기는 시점은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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