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을지로=이선영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임명 19일째 서울 중구 본점으로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발길을 돌렸다. 은행장 출근길이 다시 막히면서 취임 초반 리더십 시험대도 길어지는 모습이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오전 8시 41분께 본점 출근을 시도했지만, 출입구를 막아선 노조 저지로 4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현장에서는 장 행장이 노조를 향해 '정상 업무 수행' 필요성을 강조하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기존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이날 장 행장은 노조에 "지금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대통령께서 지시한 사항이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저 역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라며 "저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만 제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양해해주시고 제가 은행장으로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면서 정부가 협상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에서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 행장의 본점 출근 무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명 직후인 지난달 23일에도 장 행장은 오전 8시 47분께 본점으로 들어서려다 노조 저지에 가로막혀 출근하지 못했다. 이후 노조는 "빈손으로는 출근할 수 없다"는 기조를 고수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왔고, 장 행장은 금융당국과의 협의 가능성을 거론하며 접점을 찾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 '총액인건비·미지급 수당'이 뇌관…노조 "협상안 들고 와라"
노조가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총액인건비제'다. 공공기관 성격의 기업은행은 정부가 정하는 인건비 총액·인상률 틀 안에서 임금·수당이 운용되는데, 노조는 이 구조가 시간외근무수당의 '제대로 된 정산'을 가로막아 사실상 미지급 수당(임금체불) 문제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금융위가 결단만 내리면 된다"는 취지로 압박하며 장 행장이 구체적인 협상안을 들고 와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장 행장은 은행연합회서 기자들과 만나 노사 갈등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협상 중"이라는 취지로 언급하며 "빨리 끝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원칙 없는 출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고, 그 사이 갈등은 행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풀어야 할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 과거에도 '출근 저지' 반복…이번엔 취임 초반 정상화가 관건
기업은행 노조는 과거에도 외부 인사 선임 논란 국면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전례가 있다. 특히 윤종원 전 행장은 내정 이후 27일간 출근하지 못해 '최장 기록'을 남겼다. 이번에도 출근길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 안정과 대외 신뢰 회복은 물론 연초 경영 현안 추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행장 측은 본점 출근이 막힌 상황에서도 금융당국 방문, 내부 일정 소화 등 "업무는 수행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으나 노조가 요구하는 '정부 차원의 해법'이 구체화되지 않는 한 출근 저지 해소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 협의'와 '총액인건비 예외 승인' 가능성을 전면에 세웠다.
장 행장은 "총액 인건비 한도에서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부분적으로 예외 승인을 허용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얘기를 하고 있고 정부와 큰 틀에서 공감대는 형성돼 가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협의할 거고 아까처럼 출근 저지 때문에 은행장으로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 노조에서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제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면서 정부와 협상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