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용카드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중상위권 카드사 간 순위가 뒤바뀌며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순위를 끌어올린 카드사들은 비용 관리와 리스크 통제를 앞세운 보수적인 영업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순위 하락을 겪은 카드사들은 점유율 회복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실적을 발표한 주요 카드사 6곳(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카드)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2조170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3247억원) 대비 6.6%(1539억원) 감소한 수치로,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역성장 흐름이 선명하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대손비용 부담 증가 등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중 실적 개선세가 선명한 곳은 현대카드다. 2025년 당기순이익 35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3164억원) 대비 10.7%(339억원) 증가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순이익이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호실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카드의 실적 성장 배경에는 생활영역 중심의 상품 전략과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신용판매 확대와 회원 기반 성장을 동시에 견인하면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해외 이용 서비스 고도화와 프리미엄 상품 경쟁력 강화도 결제 규모 확대에 기여했다. 카드업계가 연체율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1개월 이상)을 0.79%로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확보했다는 평가다.
비(非)지주계열 카드사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현대카드에 이어 삼성카드 또한 '업계 1위'를 차지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2025년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지만, 신용판매와 카드대출 등이 포함된 상품채권잔고가 연간 9.0% 늘면서 영업수익은 2.8% 증가했다. 지난해 대손비용이 순이익에 발목을 잡은 만큼 올해는 본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플랫폼과 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영역에서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KB국민카드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3302억원으로 전년(4027억원) 대비 18.0% 감소했다.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 중 감소세가 가장 가파르다. 할부금융·리스업 수익이 연간 15.4%(383억원) 증가하며 일부 성과를 냈지만, 전반적인 영업비용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순이익 감소 폭이 커지면서 지난 2024년까지 지켜왔던 업계 3위 자리를 현대카드에 내준 점은 둔화가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업계 2위를 차지한 신한카드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4767억원으로 전년(5721억원) 대비 16.7% 감소했다. KB국민카드 다음으로 감소 폭이 크다. 카드업과 할부금융, 리스사업 등 여러 영역에서 완만한 상승 흐름이 나타났지만, 기타 사업 수익이 3160억원 줄면서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자비용과 판관비(판매 및 관리비) 또한 각각 6.4%, 4.2% 증가한 점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완만한 실적을 거둔 비지주계열 카드사와 분발이 요구되는 지주계열 카드사 간 경영 전략에서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비지주계열 카드사는 플랫폼·신기술 등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반면, 지주계열 카드사는 기존 영업망을 다지는 방식으로 실적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적 흐름에 따라 전략 선택이 갈린 셈이다.
삼성카드는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금융계열사 통합 플랫폼인 '모니모'를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모니모가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만큼, 중장기 성과를 좌우할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현대카드는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고도화에 속도를 낼 조짐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해를 사업 구조를 재설계하는 '빌드업' 단계로 평가하면서다. 올해 신용카드 혁신과 산업금융, AI 기술 등을 축으로 '고도화' 단계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영업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KB국민카드는 현장 중심의 영업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영업 조직을 일원화하고, 지역 거점 기반 영업체계를 강화했다. 개인영업 역시 영업과 마케팅 기능을 재정비하며 지역 밀착형 영업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한카드도 이와 함께 우량 차주 확보와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은 사업자 대출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중하위권 경쟁에서는 하나카드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카드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2177억원으로 1.8% 감소한 반면, 우리카드는 1.9% 증가한 1500억원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역성장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금융 영역에서는 보수적인 영업 기조가 중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면서도 "역성장 흐름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각 사별 돌파구 모색 방향이 뚜렷한 만큼 향후 업계 순위가 재차 뒤집힐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