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정상혁 행장이 이끄는 신한은행이 결국 ‘리딩뱅크 탈환’에 실패했다. KB국민은행이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를 고르게 끌어올리며 격차를 벌린 반면, 신한은행은 순이익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마진 하락과 비용 부담이 겹치며 '반등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상혁 체제 출범 이후 기대됐던 수익성 회복은 아직 '추격'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시각이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 당기순이익은 3조8620억원으로 전년(3조2500억원) 대비 18.8% 증가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3조7748억원으로 전년 3조6972억원 대비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절대 규모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증가율 격차는 두 자릿수에 달했다.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KB국민은행은 2024년 1.78%에서 지난해 1.74%로 0.04%포인트 하락했지만, 자산 성장 효과에 힘입어 순이자이익을 4.2% 늘렸다. 신한은행 역시 이자이익은 4.9% 증가했으나, NIM은 1.58%에서 1.56%로 낮아지며 절대 수준에서 격차가 유지됐다. 이자이익 증가율만 보면 신한이 앞섰지만, 단위당 수익성 지표인 NIM과 최종 순이익 전환 속도까지 감안하면 마진 방어력에서는 국민은행이 상대적으로 우위였다는 해석이다.
건전성 지표에서도 대비가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024년 0.32%에서 지난해 0.28%로 0.04%포인트 개선됐고, 같은 기간 NPL 커버리지비율은 186%에서 206%로 2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NPL 비율이 0.24%에서 0.28%로 상승했고, 커버리지비율은 201.7%에서 173.1%로 하락했다. 부실 수준 자체는 관리 가능한 범위지만, 손실 흡수 여력의 방향성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격차의 배경으로는 자산 믹스 전략이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기업대출을 186조8000억원에서 194조1000억원으로 3.9% 확대했고, 이 가운데 대기업대출을 41조8000억원에서 44조3000억원으로 6.0% 늘리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자산 비중을 끌어올렸다. 반면 신한은행은 가계대출이 140조5000억원에서 147조3000억원으로 4.9% 증가해 기업대출 증가율(206조9000억원→214조2000억원, 3.5%)을 웃돌았다. 주택담보대출도 108조5000억원에서 115조4000억원으로 6.4% 늘어나 외형 성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주담대는 규제와 금리 경쟁 영향으로 스프레드가 얇아지기 쉬운 구간"이라며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외형 성장 대비 NIM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대출도 늘었지만 가계보다 성장률이 낮아 고스프레드 자산 확대를 통한 마진 개선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전략적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은행은 커버리지비율을 끌어올리며 선제적 손실흡수 여력을 강화한 반면, 신한은 자산 확대와 수익성 방어에 무게를 두면서 충당금 적립 강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 기조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결국 단순한 부실 규모의 차이가 아니라, 리스크를 얼마나 선제적으로 흡수하느냐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자본 여력과 시장 평가의 격차로 이어진 것"이라며 "신한은행이 다시 격차를 좁히려면 마진 반등과 함께 커버리지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해 시장 신뢰를 되찾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조달 비용 부담이 완화되는 만큼, 기업금융과 고수익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병행된다면 추격의 발판은 마련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단기간 내 리딩뱅크 지위를 뒤집기보다는 최소 1~2개 분기 이상의 이익 증가율 개선과 자본비율 안정 흐름이 확인돼야 시장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