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정비사업 핵심지인 압구정동·목동·성수동 지역의 시공사 선정이 이달부터 본격화한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을 우려해 정비사업 과정에서 변수가 많은 시공사 선정이라도 끝내려는 조합들의 의지가 강하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재건축 3개 구역은 이달 일제히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지방선거 전인 오는 5월 말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우선 압구정4구역이 지난 4일 입찰 공고를 냈다. 다음 달 30일 입찰을 마감하고 5월 23일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한다.
압구정4구역 재건축은 준공 후 약 45년이 넘은 현대 8차와 한양 3·4·6차로 구성된 1341가구 아파트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300% 이하, 9개 동 1664가구(공공주택 193가구 포함), 지하 5층~지상 67층 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는 3.3㎡(평)당 1250만원으로 총 2조1154억원에 달한다. 현재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다수의 건설사가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5구역(한양1·2차) 재건축 조합도 오는 11일 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4월 10일 입찰을 마감하고 5월 3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다. DL이앤씨가 수주에 적극적이며 GS건설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에서 가장 규모가 큰 3구역은 조만간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은 5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1~7차와 10차·13차·14차, 대림아크로빌, 대림빌라트, 현대빌라트 등으로 구성된 3934가구 규모다. 현대건설이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압구정2구역 시공권을 따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3구역은 '압구정 현대'의 색이 가장 짙다"며 "4구역과 5구역은 규모도 2000가구 미만 인데다 '현대' 이미지가 타 구역 대비 약해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 욕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 재건축 지역과 마주 보고 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 역시 시공사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수4지구는 이날 입찰을 마감한다. 이미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입찰보증금을 내며 참여를 공식화했다.
성수4지구 재개발은 서울 성동구 성수2가1동 219-4 일대에 지하 6층~지상 64층, 1439가구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만 1조3628억원에 달한다. 평당 공사비는 1140만원이다.
성수1지구의 경우 오는 20일 입찰을 마감한다. 성수1지구는 지하 4층~지상 69층, 17개 동, 3014가구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만 2조1540억원에 달해 사업 규모가 가장 큰 데다 서울숲 인근, 압구정 접근성 등 입지가 우수하다.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도 받는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참여 가능성이 크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개 단지도 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가장 먼저 6단지가 오는 12일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지난달 28일로 예정됐지만 일부 설계 변경 문제로 연기됐다.
목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14개 단지 모두가 동시에 재건축을 진행할 수 없어서 단지마다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며 "향후 소유주들의 관심, 조합 내홍 등의 변수가 있어 사업시행인가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통상 시공사 선정이 시작되면 집값이 오르고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들썩인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를 압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 종료되면서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압구정현대1, 2차아파트는 최근 전용 161㎡가 호가 82억원에 나왔다. 지난달 실거래가 89억원이었는데 7억원이나 낮아졌다. 압구정신현대아파트도 최근 전용 183㎡이 98억원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12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0억원이 낮다. 압구정 현대는 양도세는 물론 보유세 부담도 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세금 부담을 느껴 호가를 낮춘 급매물을 나오고 있다"며 "1월만해도 버티면 된다고 느꼈던 집주인들이 지금은 '얼마나 더 내리냐'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동과 목동 역시 지방선거 이후 불확실성을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성수동 재개발 사업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35층 층수 제한'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오세훈 시장이 부임하면서 높이 규제가 풀렸다. 시장이 바뀌면 정비사업 관련 정책 변화 가능성도 있다. 특히 성수4지구의 경우 국내 최초로 250m 초고층 재개발에 대한 통합심의를 받는다. 목동 역시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구역 확대 리스크가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현재 오세훈 시장이 정비사업장을 다니며 사업 기간 단축을 강조하고 있는데 조합장들 사이에서는 '우리 단지는 왜 안 오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시장이 바뀌면 인허가 절차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어 지방선거 전에 불확실성을 끝내려는 조합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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