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만대 '풀캐파' 주문에도…한국GM '정비망 축소'에 불안은 여전


GM 본사, 한국GM에 생산능력 최대치 물량 주문
직영 정비소는 예정대로 오는 15일부로 운영 종료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해 국내 공장에서 약 50만대를 생산하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제공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한국 철수 가능성이 거론됐던 제너럴 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이 올해 국내 생산물량 목표를 연간 50만대로 크게 늘리기로 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GM에 생산능력 최대치인 이른바 '풀캐파' 기준으로 물량을 소화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 확대 기조와는 달리 이미 예고돼 있던 전국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며 국내 사업 기반을 둘러싼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해 국내 공장에서 약 50만대를 생산하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전체 생산물량인 46만여 대보다 약 8.5% 늘어난 수치다. 목표 달성에 성공할 경우 한국GM은 지난 2017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생산 50만대를 회복하게 된다.

생산 확대의 배경으로는 미국 수요가 꼽힌다.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등 2개 차종이 현지에서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이어가면서 대미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물량 확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GM 본사는 최근 한국GM에 기존 계획을 넘어 생산능력 최대치까지 가동해 연간 50만대를 전부 생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GM이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을 재확인받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같은 생산 확대 흐름과 달리 국내 서비스 인프라는 축소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GM은 앞서 예고한 계획에 따라 전국 9곳의 직영 정비사업소 운영을 오는 15일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미 신규 차량 접수도 받지 않고 있으며 정비 서비스는 협력 정비망 380여곳 중심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수익성 개선과 사업 구조 재편 차원의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비 인프라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차주와 현장의 체감 불편은 커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정비사업소 폐쇄와 물류센터 인력 감축을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규정하고 산업은행과 관계 부처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금속노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신차를 출고한 뒤 작업을 맡기려 했지만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 한다는 답을 들었다", "최소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차주는 "이런 상황을 보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비 부담은 결국 협력업체와 소비자에게 떠넘겨지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정비사업소 폐쇄와 물류센터 인력 감축을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보고 산업은행과 관계 부처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노조는 "2018년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809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이후 반복된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를 정부가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직영 정비소 폐쇄로 리콜 대응과 고난도 정비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역시 정부 책임론에 힘을 보탰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2대 주주임에도 관리·감독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한국GM의 구조조정 과정 전반에 대해 감사원이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직영 정비소 폐쇄와 하청 노동자 고용 불안이 지역 경제와 자동차 서비스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물량 확대는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서비스·고용 기반이 동시에 약화될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은 판매 이후 정비와 고객 관리가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는 만큼 국내 사업 전략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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