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찍은 금·은, 하루 만에 '급락'…변동성 경고 속 올해 전망치는


금 5594.82→4883.62달러 '롤러코스터'…은 121.64→83.99달러 급락
달러 반등·차익실현에 과열 진정…변동성 경고 메시지도

국제 금값과 은값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하루 만에 급락하며 안전자산 랠리의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국제 금값과 은값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하루 만에 급락하며 '안전자산 랠리'의 이면을 드러냈다. 달러 강세 전환과 차익실현이 겹치면서 금·은 모두 급등분을 빠르게 되돌렸고, 시장은 '상단 전망'과 '변동성 경고'를 동시에 키우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골드바·실버바 등 실물 수요와 골드·실버뱅킹 잔액이 늘며, 가격 방향성보다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과 은은 '안전자산'으로 묶이지만 최근 같은 방향으로 더 크게 흔들렸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장중 온스당 5594.8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지난달 30일에는 4883.62달러까지 밀리며 하루 낙폭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 은 역시 지난달 29일 장중 121.6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 지난달 30일 전장 대비 27.7% 떨어진 83.99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급등·급락의 속도가 동시에 빨라지면서 '안전자산'이라는 단어가 투자자 심리를 오히려 자극하는 역설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락의 표면적 계기는 달러 강세 전환과 차익 실현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와 관련한 흐름이 달러를 밀어 올리며 금·은 가격에 부담을 줬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이사를 지명한 영향에도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통화 긴축과 연준 독립성을 중시하는 인물이 거론되자 달러 가치가 강해지고, 귀금속으로 몰렸던 자금 일부가 달러·국채 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전망을 '급락=추세 종료'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쪽이 우세하다. UBS는 투자 수요 강화를 근거로 올해 1~3분기 중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6200달러로 올렸고, 연말 전망도 5900달러로 제시했다. 도이체방크와 소시에테제네랄도 금 가격이 6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상단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상단 전망이 커질수록 조정 폭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세와 약세 시나리오 간 '폭'이 과거보다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은 금보다 변동성에 대한 경계가 더 크다. 씨티그룹은 단기 은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150달러로 상향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측에서도 단기 목표치를 170달러까지 언급하면서도 급격한 되돌림(샤프 풀백) 위험을 경고했다. 금이 안전자산 프리미엄과 달러·금리 변수에 민감하다면, 은은 여기에 산업 수요와 투기적 수급까지 겹쳐 가격이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값 상승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재확인과 트럼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와 달리 실질 금리 하락을 동반하지 않았고 중앙은행 매입 기조 지속 등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 조정 이후 상단을 높여가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6902억4084만원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최근 국내 실물 금 투자 수요는 식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6902억4084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달 23일까지 737억4293만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 관련 '판매 지표'도 있다. 국내에선 실버바의 경우 가격 급등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판매가 무기한 중단됐다. KB국민·NH농협·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의 지난해 실버바 전체 판매액은 307억원을 기록했다. 은괴는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판매가 제한·중단되는 경우가 있어, 수요가 실물뿐 아니라 금·은 통장 등 간접 채널로도 분산되는 양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2조1728억원, 실버뱅킹 잔액은 3463억원이다. 총 잔액은 2조519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골드뱅킹 잔액은 2432억원, 실버뱅킹 잔액은 1053억원 늘었다. 가격이 급등할 때는 추격 매수가, 조정이 오면 눌림 매수가 유입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금거래소 기준으로 지난달 27일 금(3.75g) 가격이 100만원을 넘기며 고점 부담이 부각됐고, 은(3.75g) 가격도 한 달 사이 50% 넘게 급등하는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시장에서는 상단 전망이 유지되더라도,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은이 더 자주,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을 리스크로 본다. 안전자산 랠리가 이어지더라도 '최고가→급락'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포지션 크기와 분할 대응, 손실 제한 등 기본 원칙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과 은은 방향성이 같아 보여도 변동성의 크기가 달라, 단기 가격에 베팅하기보다 포트폴리오 비중과 리스크 한도를 먼저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상 최고가 이후 급락이 나왔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상승 전망'보다 '변동성 확대'를 기본 시나리오로 두고 분할 대응하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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