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천스닥 축제 속…거래시간 연장 두고 거래소-노조 갈등 격화


노조 "정은보 이사장 퇴진 불사"…강경 대응 예고
거래소 "6월 29일 시행"…업계 "준비 시간 부족"

코스피 5000·코스닥 1000 돌파에도 거래시간 연장을 둘러싼 거래소와 노조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 5000선 돌파와 코스닥 1000선 안착이라는 사상 최고 기록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본시장 내부에서는 거래시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지수 상승으로 시장의 외형적 성과는 커졌지만, 시장 인프라를 둘러싼 정책 방향을 두고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노동조합 간 충돌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6월 29일부터 오전 7~8시 프리마켓과 오후 4~8시 애프터마켓을 도입해 하루 12시간 거래 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거래 시간을 확대해 2027년 12월까지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와 노동조합의 반발은 거세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거래시간 연장 추진을 "노동을 외면한 일방적 조치"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거래소가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일정을 확정했다며,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대통령이 주문한 '시장 개혁'의 본질이 공정성과 신뢰 회복에 있다며, 거래시간 연장은 그 취지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앞서 노조는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한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래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주가는 충분히 오르고 있다"며 "성과를 이유로 현장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제도 개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증권업계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운영을 위해서는 시스템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하지만, 개발과 테스트 일정이 촉박해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애프터마켓에서 최선집행의무(SOR) 적용 문제와 자전거래 방지 시스템(SMP) 미적용 가능성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사무금융노조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을 정은보 이사장의 임기 말 치적용 졸속 정책으로 규정하며 정책 철회와 퇴진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박지웅 기자

지난 26일 거래소가 개최한 회원사 설명회에서는 이러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참석자들은 시스템 안정성과 인력 부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요구했지만, 거래소 측은 "6월 29일 시작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개별 협의를 통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일정 자체가 과도하게 촉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는 거래시간 연장이 선진 금융시장으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주장에도 선을 긋고 있다. 한국은 전국이 동일 시간대를 사용하는 구조로 새벽 거래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반면, 유동성이 분산될 경우 시장의 깊이가 얕아지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은 근무시간 조정이 노동조건 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노사 협의와 관계 당국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모두 관련되는 사안을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이 투자자 편의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초기에는 정규시장 개시 시간을 오전 8시로 앞당기는 방안이 IT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증권업계와 노조의 강한 반대 의견을 반영해 해당 방안은 유보했다"며 "그 결과 정규장은 유지하되 프리마켓을 오전 7시에 개설하는 대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시간 연장 과정에서 노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증권사 지점 주문을 제한하는 방안 등 보완책도 병행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업계 의견을 반영해 조정해 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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