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도심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 6만가구를 짓겠다는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놨다. 입지 경쟁력이 높은 지역들이 포함되며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실제 주택공급까지 이어지려면 주민 반대, 지자체 협의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공급 규모가 큰 용산, 노원, 과천 등 3곳의 현실적인 쟁점들을 총 3편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하자 한남뉴타운 등을 중심으로 용산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미 한남동, 보광동 일대에만 1만2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제업무지구까지 주거지로 채우면 용산이 단순한 주거 중심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한다고 우려한다. 서울시와 용산구 역시 정부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주택공급에 반대하고 나섰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뉴타운 등 용산구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아파트 단지화' 반대 민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민들은 "국토교통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주택(임대 포함)을 1만가구까지 늘리려 한다"며 "대한민국의 마지막 기회인 용산이 단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한다.
국토부는 수도권 도심 핵심입지를 중심으로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중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가 포함됐다. 국토부가 주택공급 후보지로 꼽은 곳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국토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해 용산역과 직결된 사통팔달의 도심 핵심입지로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주택공급 물량을 확대(4000가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급물량 상향에 따른 추가 유발 학생 배치방안을 서울시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진행, 2028년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용산구 일원에 캠프킴(2500가구), 용산 유수지(480가구), 501 정보대(150가구) 등을 활용해 총 1만3501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약 46만2000㎡(약 14만평) 부지에 국제업무·상업·컨벤션·문화·숙박 기능을 집적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되는 국가전략사업이다. 하지만 해당 면적에 1만가구를 배치할 경우 업무·상업시설에 고밀 주거까지 더해져 국제업무지구 특유의 전문성과 도시 기능이 훼손되고 주거 위주의 고밀 개발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에는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남3구역은 철거, 한남2구역은 이주에 들어갔다. 한남뉴타운 주변으로는 용산 유엔사 부지에 주거와 호텔 업무, 상업, 문화시설이 결합한 '더파크사이드 서울'이 들어선다. 이외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공원, 신분당선 연장 등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다.
주민들은 "핵심입지에 대규모 임대주택을 집중 배치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 유치와 국제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용산을 주거지로 채우는 것은 강북의 고급화를 막고 자산 가치를 떨어뜨릴 뿐인 만큼 주거 물량은 인근 유휴부지나 다른 지역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도 1만가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애초 국토부와 합의된 주택공급 규모는 6000가구다. 여기에 학교 문제가 해결되면 최대 8000가구까지는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기반시설 문제와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 개발계획 수정을 위한 행정절차로 개발사업이 2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국토부와 협의할 때 주거비율 30%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국토부가 1만가구를 발표했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는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 핵심 사업인데 단기적인 주택공급 숫자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김 부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인재들과 해외 유수 기업 유치를 위해 최소 35평형대가 주력이 돼야 한다"며 "1만가구로 늘면 1인당 공원면적이 줄고 20평형대 주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용산구 역시 반대하고 나섰다. 용산구는 "이미 한남뉴타운 등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여기에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가 들어서면 학교·통학 여건 악화, 교통체증 심화 등 생활권 전반에 심각한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용산을 주택공급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은 그만큼 핵심입지와 교통 여건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그동안 정부는 실수요자들의 주거 수요와 맞지 않는 지역에 신도시 개발 등 주택공급 정책을 펼쳤는데 용산은 주거 수요가 높은 곳이다.
다만 용산구 주민들은 물론 서울시, 용산구청 모두 주택공급 확대에 반발하고 있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공공임대(현행법상 공공주택지구에 공공임대는 35% 이상)와 일반분양 물량 비중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도 현실적인 우려로 꼽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책의 핵심 물량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가 기반시설 한계를 이유로 8000가구를 상한선으로 제시하고 있어 향후 조정 과정에서 물량 축소 또는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결국 발표 물량과 실제 착공 물량 간 괴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앙정부-서울시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1만가구 대책에 포함한 것은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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