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HBM4' 기싸움…"고객 피드백 긍정적" vs "단기간 추월 불가"


콘퍼런스콜 통해 나란히 HBM4 현황 설명
삼성전자 "HBM4, 현재 퀄 완료 단계 진입"
SK하이닉스 "이번에도 압도적 지위 유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9일 진행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HBM4 사업 현황을 설명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만족시킨 상태"라며 추격 의지를 내비쳤고, SK하이닉스는 "단기간에 추월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장 리더십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9일 지난해 연간·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콘퍼런스콜을 열었다. SK하이닉스 역시 전날(28일) 발표한 지난해 실적과 관련한 콘퍼런스콜을 이날 오전 진행했다. 두 회사가 같은 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현황과 향후 경영 방향성을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나란히 HBM4 고객 현황, 개발 계획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로, AI 칩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전까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사실상 HBM을 독점 공급했으나, 현재는 삼성전자의 추격이 매서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HBM4는 올해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둔 가장 최신 세대의 HBM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고객 평가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는 "HBM4의 경우 근원적 기술력 강화를 목표로 개발 착수 단계부터 성능 목표를 최대치로 설정했다"며 "주요 고객사의 요구 성능이 높아졌음에도 재설계 없이 지난해 샘플 공급 이후 순조롭게 고객 평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퀄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별화된 성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피드백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며 "2월부터 최상위 제품인 11.7Gbps 제품을 포함한 HBM4 물량의 양산 출하가 예정돼 있다. HBM4E의 경우 올해 중반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HBM4 경쟁력과 관련한 확신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며 "주요 고객사는 2027년과 그 이후 물량에 대해서도 공급 협의를 조기에 확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4 시장은 올해 반도체 산업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초 열린 CES 2026에서 공개한 HBM4 16단 48GB. /SK하이닉스

이에 SK하이닉스는 시장 지배력을 지속 유지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우리는 HBM2E 시절부터 고객사, 인프라 파트너사들과 원팀으로 협업하며 시장을 개척해 온 선두 주자"라며 "단순히 기술이 앞서는 수준을 넘어 저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는 단기간에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HBM4 역시 고객사들과 인프라 파트너사들의 당사 제품에 대한 선호도와 기대 수준은 굉장히 높다"며 "당사의 제품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생산을 극대화하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HBM 고객 수요를 100% 충족하기 어렵다. 일부 경쟁사의 진입은 예상된다"며 "다만 성능과 양산성, 그리고 품질을 기반으로 한 당사의 시장 리더십 및 주도적인 공급사 지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부가 메모리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나란히 호실적을 달성했다. 먼저 전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7조2063억원으로, 전년보다 101.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6.8% 늘어난 97조1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역대 최대치다.

특히 HBM 성과를 앞세워 삼성전자 전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은 유의미한 결과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333조6059억원 수준이다.

다만 분기 성적으로만 보면, 삼성전자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8374억원, 영업이익 20조7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8%, 209.2%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 기록한 회사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32조8267억원, 19조1696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66.1%, 137.2%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들은 두 회사 모두 올해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을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용 수요 강세로 업계 전반의 견조한 시황이 예상된다"며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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