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대법원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에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2심 판단을 일부 뒤집으면서 하나금융이 장기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의 무게를 크게 덜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판단해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파기환송심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 결론은 환송심에서 다시 정리될 전망이다.
2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 사건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이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하나금융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 곧바로 제기될 수 있었던 경영 공백 우려에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하나금융그룹은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어렵고 힘든 금융소외계층을 세심하게 살피며, 국가미래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금융 공급 및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을 더욱 증대하며,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인 2015~2016년 신입 공채 과정에서 외부 추천자를 "잘 봐 달라"는 취지로 인사부에 전달해 채용 업무를 방해하고, 남녀 채용 비율을 4대 1로 맞추도록 지시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2022년 1심은 무죄였지만, 2023년 11월 항소심은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며 결론이 엇갈려 왔다.
이번 결정의 의미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당장 현실화하지 않게 됐다는 데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유예기간 중인 사람은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거취 문제가 직접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결과적으로 최종심 결론이 '파기환송'으로 정리되면서, 당장 비상승계 시나리오가 가동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로써 함영주 회장은 2028년 3월까지 기존 임기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사실관계 자체를 다시 심리하기보다 원심의 법리 적용이나 판단 과정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하급심에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내는 절차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를 반영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고, 필요하면 양형도 새로 정하게 된다. 환송심 판결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상고하면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는 구조인 만큼, 공식적으로는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금융권이 이번 결과를 '리스크 완화'로 평가하는 이유는 유죄 판단의 핵심으로 작용했던 업무방해 부분이 흔들리면서 2심 형량(집행유예) 관련 불확실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최고경영자 리스크가 단기간에 완전히 해소되지 않더라도 경영 연속성이 확보되는 것만으로도 내부 조직 안정과 대외 신뢰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사법 리스크 부담이 줄었다고 해서 '지배구조 리스크'까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감독당국은 금융권 전반에 CEO 선임·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이사회 견제 기능 강화를 주문해 왔다. 하나금융 역시 환송심 절차를 차분히 대응하는 동시에 채용·인사 프로세스 투명성, 내부통제 고도화, 승계 프로그램의 공개·검증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송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장은 하나금융이 내부통제와 이사회 운영에서 어떤 개선 신호를 내놓는지에 주목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법 판단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당 부분 걷혔고, 하나금융은 경영 연속성을 확보한 셈"이라며 "이제는 사법 리스크 완화 국면을 계기로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메시지를 더 분명히 내는 것이 과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