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2026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가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금리차 축소 기대가 약화되며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 압력이 재차 부각될 수 있어, 고환율 부담 속에서 한은의 인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올해 첫 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기존 3.50~3.7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9월과 10월, 12월 0.25%p씩 세 차례 연속으로 이어오던 금리 인하가 중단됐다.
연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용 증가세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업률 등 다른 지표들은 어느 정도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리를 동결할 '체력'을 갖추었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통화 정책 기조가 최대 고용과 2% 물가상승률이라는 양대 과제를 향한 진전을 도모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최근 지표들에서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분기 연방정부의 일시적 셧다운이 경제 활동에 지장을 줬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 재개에 따른 성장 부양 효과로 이번 분기엔 영향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파월은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에 있지 않으며, 회의마다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연준은 객관성과 청렴성, 미국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깊은 사명감으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을 흔들며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가운데,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은 달러 강세 기대를 자극하고 한·미 금리차 축소 기대를 낮춰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전날인 28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달러 용인' 발언 여파로 1422.5원까지 하락했으나, FOMC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야간 거래에서 1436.1원까지 상승했다. 29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29.70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1480원까지 상승했던 환율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개입 이후 1420원대로 다시 급락했으나, 이후 올해 초 다시 1470원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1430원대로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고환율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카드도 당분간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한은은 올해 1월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며, 통화방향결정문에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완전히 제외했다. 이와 더불어, 금융통회위원회 위원들도 총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선 금리 동결 예상 금통위원과 인하 금통위원이 3대 3이었음을 감안하면, 금리 향방의 무게추가 동결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환율 문제 뿐만 아니라, 좀처럼 잡히지 않는 부동산 가격도 금리 인하 기조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1.72%, 12월 1.06%에 이어 올해 1월에는 0.87% 상승했다.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가격 조정 국면으로 전환되지는 않아 통화 완화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다소 상향조정된 점도 동결을 이어갈 체력을 뒷받침해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높여 잡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거시경제 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은 2.0%로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소 진정된 것은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이나 환율 대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일본 엔화의 강세로 인해 원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한은의 경우 과거 금리를 미리 내려버렸기 때문에 통화정책 여력이 없는 상황이고,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이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 전망한다.
하건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까지 연준 이 인플레를 경계하면서 동결 기조를 가져가다가, 물가 안정이 확산되고 신임 연준 의장이 부임한 직후인 6월 인하를 재개하고, 연내 2회 인하 이후 3.25%에 서 금리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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