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하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경기 회복 탄력성이 예상보다 강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준은 당분간 추가 정책 조정에 앞서 경제 지표를 지켜보겠다는 '관망 기조'를 분명히 했다.
연준은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 연속 0.25%포인트 인하 이후 첫 동결이다. 표결 결과는 찬성 10표, 반대 2표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연준은 성명에서 금리 동결 배경으로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을 강조했다. 연준은 "가용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성장 평가 표현을 기존 '완만한'(moderate)에서 '견조한'(solid)으로 상향 조정했다. 고용 증가세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업률은 일부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물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계감을 유지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최대 고용과 2% 물가 목표라는 양대 과제를 향한 진전을 도모하기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하반기 단행한 누적 0.75%포인트의 금리 인하로 정책 금리가 중립 금리 범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회복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며 "강력한 소비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는 "지난 1년간 고용 증가세 둔화는 이민 감소와 노동참여율 하락에 따른 공급 요인이 크지만, 노동 수요 역시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달간 고용, 임금, 구인 지표가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성명에서 연준은 그간 사용해 온 '노동시장 약화 위험이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크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물가와 고용 간 위험 균형이 이전보다 회복됐다는 연준의 인식을 반영한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연준은 "추가 조정의 폭과 시기를 결정함에 있어 경제 지표와 변화하는 전망, 위험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 역시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에 있지 않으며 회의마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변수도 이번 회의를 둘러싼 배경으로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파월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은 미국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영향에서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을 기점으로 연준이 당분간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추가로 둔화되는지, 노동시장이 다시 약화 조짐을 보이는지가 향후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